사드배치로 안한 중국과 갈등부터 각종 규제, 임금 인상까지

[편집자주] 2017년 유통시장은 악재의 연속이었다. 연초부터 국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로 이어지던 중국에게 경제보복은 아직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조건부로 풀렸던 한국행 단체관광객 허용은 확대될 것이란 기대 달리 중단됐으며, 중국 내에 한국기업들의 매출사정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로 들어서면서 각종 규제정책들도 강화됐다. 각종 규제정책 강화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 확대하던 기업들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유통규제, 최저임금 상승 등 일부 정책들은 시행 전부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한 7천530원으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소상공인들은 폐업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이로 인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저임금 초과인상분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사진=연합>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한 7천530원으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소상공인들은 폐업 가능성 등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이로 인한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저임금 초과인상분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사진=연합>

정부 최저임금 인상에 유통업계 ‘고심’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일자리 문제와 부의 양극화에 대한 대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내놨지만 인건비 비중이 큰 유통업계는 비용 부담이 늘 것이 자명하다는 반응이다.

늘어난 인건비가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판매가가 오르면 장바구니 물가도 타격을 받게 된다. 유통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매장 판촉 인력을 축소시켜야 할지도 모른다는 입장이다.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신규 고용 축소는 물론, 기존 직원 해고와 같은 극단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사드배치 중국보복 장기화로 업체 ‘탈중국화’

지난 3월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업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됐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게는 특히 강도 높은 보복이 계속됐다. 중국은 ‘소방법 위반’을 이유로 중국 내 롯데마트 영업을 중단시켰고 롯데마트는 올 상반기 대규모 영업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면세점과 화장품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아모레퍼시픽은 관광 상권의 매출 급감해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2% 기록했으며 해외사업 실적도 신통치 않았다.

버티다 못한 롯데마트는 지난 9월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 처분을 위한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이마트도 중국 내 자사 매장 6곳 중 5곳을 태국 유통기업 CP그룹과 일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규제 강화 움직임에 관련업체 ‘촉각’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도 유통업계를 사면초가에 빠트린 주요 원인이었다. 현재 정부는 복합쇼핑몰과 아웃렛 등에도 의무휴업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정치권에서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으로 규정된 월 2회 의무휴업 대상을 복합쇼핑몰까지 확대하고, 대규모 유통시설의 입지가 제한되는 ‘상업보호구역’을 신설하는 내용의 ‘복합쇼핑몰 패키지 규제법안’을 발의했다.

유통업계에서는 경기 부진에 따른 매출 타격 등 악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업체들도 매출 증대와 신규 고용 창출 모두 물거품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의무휴업 규제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대형 유통업계뿐 아니라 소상공인 단체들도 상생을 위한 방안이 규제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AI 확산에 이어 ‘살충제 계란파동’까지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초여름까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으로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원을 넘는 사태가 발생했다. AI발병은 설연휴를 앞두고 사태가 더 심각해졌다. 정부가 직접나서 미국산 계란 가공품 52톤을 수입해왔지만 소비자들의 계란 소비량을 맞추긴 힘들었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1인당 계란 구매 개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AI발생에 이어 여름에는 살충제 계란 파문이 일었다. 지난 8월 농림축산식품부가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하던 중 ‘살충제 계란’이 검출됐다. 특히 살충제 성분이 최초 발견된 경기 남양주시와 광주시의 산란계 농장은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은 친환경 농가였다.

체류형 몰·그로서란트 마트 등 매장 등장

온라인 시장에 맞서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형마트와 백화점 업계는 오프라인 포맷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이들은 고객이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며 집객을 높였다.

특히 신세계는 하루종일 즐길 수 있는 체류형 쇼핑몰 ‘스타필드’로 주목을 받았다. 스포츠몬스터, 아쿠아필드 등 대규모의 체험형 MD와 하우디, 라이프컨테이너 등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MD를 통해 엔터테인먼트몰의 진수를 보여줬다.

롯데마트도 기존 마트 포맷과 선을 그은 혁신 매장을 선보였다. 지난 4월 오픈한 양평점은 1층 골든존을 비운 대신 ‘도심 속 숲’을 콘셉트로 휴식공간을 만드는 파격 승부수를 띄웠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아웃렛과 복합쇼핑몰을 결합시킨 상권 맞춤형 쇼핑몰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을 오픈했다.

노브랜드, 온리프라이스 등 대형마트 초저가 PB ‘경쟁’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가성비라는 키워드가 대표 단어로 떠올랐다. 제조사 제품과 비슷한 품질이지만 저렴하고 실속 있게 구매할 수 있는 PB상품이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이에 대형 유통업체들도 새로운 PB를 론칭하거나 기존 PB의 품목을 확대했다.

이마트는 기존 PB인 노브랜드 강화에 나섰다. 식품을 넘어 가전으로 영역을 확대했고 지난 9월에는 32인치 TV와 에어프라이어를 내놨다. 또 이마트24 및 부츠 등 판매 채널도 확대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 2월 ‘온리프라이스’를 론칭했다. 이 브랜드는 1000원 단위의 균일가 상품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떨이 판매나 추가 할인 없이 고정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기억에 남는 상품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롯데면세점 공항임대료 공정거래위원회 ‘제소’까지

롯데면세점과 인천항공사 간의 임대료 갈등문제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9월 롯데면세점은 사드배치로 인행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면세점 산업이 위기인 상황을 고려해 최소보장액이 아닌 품목별 영업료율에 따라 금액을 책정하는 임대료 구조 변경 방안을 인천공항공사에 요청했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 측은 형평성을 이유로 롯데면세점의 요청을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롯데면세점 측은 최악의 경우 인천공항 전면철수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롯데면세점의 전면철수 카드에도 인천공항공사 측은 롯데가 사업을 철수하면 후속 절차를 밟으면 그만이라고 주장이다. 결국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제소했다.

첨단기술 접목한 편의점 무인점포 출점

편의점 업체들이 첨단기술을 접목한 무인점포 매장을 시범적으로 출점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생체인증기술을 접목시킨 무인편의점 ‘시그니처’를 선보였고, 이마트24는 사람이 전혀 없이 운영되는 무인편의점 4곳을 운영 중에 있다. 또 CU도 QR코드를 이용한 셀프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시범운행 중이다.

편의점 업체들의 무인점포는 올 최저임금 상승과 맞물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특성상 최저임금은 가맹점 매출과 밀접하게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에 업체들은 최저임금 상승에 대안으로 무인 주문기 도입이나, 무인점포를 대안으로 보고 상용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도 넘은 점포확장…근접출점 논란

편의점 업체들은 신규점포 출점 시 자사 브랜드 편의점 간의 거리를 제한해 기존 점포 매출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브랜드 편의점일 경우 거리를 고려하지 않고 출점해 근접 출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업체들 간의 근접출점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제한할 법률적인 기준은 없는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2년 모범거래기준안을 통해 편의점의 도보거리 250m 이내 출점을 금지했지만, 2014년 관련 법안을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또 동종업체 출점을 제한하는 영업지역 보호제도는 같은 브랜드가 아니면 해당되지 않는다.

1코노미, 가정간편식(HMR) 시장 급성장

혼자만의 소비를 즐기는 ‘1코노미(1conomy)’가 확산하면서 편의점 도시락과, 가정간편식(HMR)이 급성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7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3천억원으로 전년대비 34.8% 증가했다. 올해는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극소포장’이란 개념도 등장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기존의 소포장 상품보다 더 적은 양인 딱 한 끼 분량의 상품을 판매하는 ‘한끼밥상’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한끼밥상은 시범운영 기간동안 하루 평균 160여명이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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