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서 승소 취지 판결..파기환송심서 합의 종결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사진)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110억원 가량의 증여세 소송을 자진 취하했다.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세무당국과 합의 하에 소송을 취하한 것으로 보인다.

장형진 회장은 서울 강남세무서를 상대로 낸 111억원 규모의 증여세경정거부처분취소소송을 지난 26일 취하했다.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장 회장을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와 파기환송심이 진행되던 소송이었다.

이 소송은 장 회장이 지난 2009년 8월 이뤄진 시그네틱스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시그네틱스는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8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다.

당시 발행예정주식은 보통주 971만주(주당 1천30원)와 상환전환우선주 740만주(1천178원)다. 이중 보통주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시그네틱스 지분 80.22%를 보유하던 영풍과 영풍전자, 영풍문고, 인터플렉스 등 영풍그룹 계열사들은 모두 배정 주식을 사들이지 않았다.

대신 시그네틱스 주식이 단 한 주도 없었던 장 회장이 이 실권주를 전량 인수했다. 이를 통해 장 회장은 단숨에 시그네틱스 지분 12.45%를 확보했다.

이후 시그네틱스는 1년여 뒤인 2010년 11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당시 공모가격은 장 회장의 매입가 보다 2배 이상 많은 2천600원이었다.

이에 장 회장은 이듬해인 2011년 4월 증여세 111억원을 대신해 주식 242만8천주를 강남세무서에 냈다.

주식가액 증가분에 대한 세금이었는데 장 회장은 3년 뒤인 2014년 6월 돌연 납부한 세금을 돌려 달라는 경정청구를 냈다.

장 회장은 “영풍그룹 계열사들이 인수를 포기한 실권주를 배정받아 시그네틱스 주식을 취득한 것일 뿐 직접 증여받거나 주식을 토대로 신주를 배정받은 것이 아니다”라며 “신주인수권을 증여받거나 취득해 신주를 배정받은 게 아니라 상속 및 증여세법 상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강남세무서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남세무서는 “장 회장이 실권주가 된 시그네틱스 주식을 다시 배정받아 인수한 경우에도 그 상장차익은 증여세 과세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이 같은 처분에 불복, 이번 소송을 냈다.

2심은 강남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행정5부는 지난 1월 원고패소판결하며 “상증법의 상장차익 증여이익(최대주주가 실권한 유상신주)의 규정은 거래형태를 개별예시규정으로 한정한 것이 아니므로 과세가 적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상증법에서 상장차익을 증여재산가액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기업 내부정보를 가진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변칙적인 증여를 차단하고 사실상 세금 없이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규율함으로써 조세 정의와 조세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데 입법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강남세무서의 과세가 잘못 됐다고 봤다.

대법원 특별1부는 “장 회장이 취득한 시그네틱스 주식은 최대주주의 신주인수권 포기 후 배정받아 자신의 자금으로 인수한 것에 불과하다”며 “장 회장이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증여받거나 유상취득한 주식 또는 증여받은 재산 등에 기초하여 취득한 신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러므로 그 주식에 관한 상장이익은 증여 및 상속세법에서 정하는 증여재산가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에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했다. 원고패소 판결이 나온 2심을 뒤집는 판결이다.

판기환송심은 당초 지난달 17일 1심 변론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재판부가 조정을 권고하면서 연기됐으며 장 회장은 이를 수용해 합의 수순을 밟았다.

또 강남세무서도 장 회장의 소 취하를 지난 27일 동의했다. 대법원에서 사실상의 패소 판결을 받은만큼 파기환송심에서도 승리 가능성이 적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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