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새해에 기대하는 민생의 심정은 소박하다. 그리고 절실하다. 크게는 나라안팎이 무난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경제도 그렇다. 무난하기를 바란다.

큰 돈 벌기를 기대하기보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틀이 무사하기를 빌 뿐이다. 다니는 회사가 무사하고 운영하는 가게가 별 탈 없이 꾸려져 가기를 기대한다. 서민의 삶이 여기서 뭘 더 바라겠는가.

지난 1년은 참 다사다난했다. 큰 줄기로는 이보다 더 기구했던 해도 없을 터다. 6·25때를 빼놓고는 이보다 더했을까 싶다. 환란 때가 6·25 다음으로 혼란했다고 사람들은 말해왔다.

그러나 50%가 넘는 지지를 받고 뽑힌 대통령이 40여%의 지지로 정권을 차지한 세력에 의해 감방살이를 하고 있을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 알다가도 모를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러니 격세지감이라는 말은 이를 두고 이른 것이리라. 한나라에 이런 정변이 생긴다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그것도 민주주의를 한다는 나라에서 말이다.

그리하여 새 정부는, 전 정권이 한 일은 모두 부정직하고, 그래서 도덕적이지 못하고, 엄청난 적폐가 쌓여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의 존재이유는 무엇보다 적폐를 쓸어내는 일이 우선이라는 기세다.

민생은 실질소득을 올려주면 된다는 약속을 했다. 선거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거듭 약속까지 했다. 그렇게 되리라고 서민 그리고 취업 못한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기대해 마지않았다. 그리고 새해를 기다리고 있는 즈음이다.

새로 짜놓은 나라살림도 실업과 복지에 엄청나게 신경을 쓴 바탕위에서 여야가 손발을 맞췄노라고 했다. 국민은 그렇게 여기고 있다. 게다가 상반기 중에 급한 예산, 이를테면 실업, 복지확대에 들어가는 돈을 서둘러 풀겠노라는 약속도 했다. 말 그대로라면 새해 상반기 중에는 서민안방에도 온기가 전해져야 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워낙 속아서 산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푸념이라고 여기면 그만이다. 그러나 이들이 따지고 드는 말들 가운데에는 사리가 분명한 진단이 없지 않다.

우선 사람구하기 어렵다고 푸념하던 중소기업체들이 새해에는 직원채용을 줄이거나 아예 안하겠다는 것이다. 인건비가 엄청나게 올라서 채산성에 문제가 있어서란다.

새해부터 시간당 최저임금이 엄청나게 올랐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물론 자영업소 등에서 사람쓰기를 꺼려한다. 인건비를 올려 국민소득을 높여주려던 새 정부의 갸륵한 노동정책이 빗나가는 조짐이다.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을 선택하려던 청년구직자들에게 최저임금은 사실상 문제가 아니었다는 볼멘소리가 크다. 이제는 그 길도 막아버린 셈이다.

기업의 법인세인상도 소득주도경제정책과는 거리가 있다는 소리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저해하는 조세정책이라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곳간에 쌓여있다는 대기업의 잉여자금을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에서 법인세를 올렸다면, 방법이 틀렸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도 기업의 법인세는 상향보다는 하향추세라는 지적에 당국은 귀를 열지 않았다. 이 정부의 기업에 대한, 특히 재벌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을 드러낸 정책의 일단이라는 비판도 있어서다.

경제는 매우 민감한 심리적 요인이 작용된다.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유지하고 목표를 향해 진전하려면 경제환경이 그래서 중요하다. 경제는 살아있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나라가 불안하면 경제는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

한반도를 두고 안보불안이 감지된 지는 오래전부터다. 묘하게도 우리내부에서만 낌새에 둔감하다. 말로만 안보불안을 되뇌긴 해도, 당국도 애써 외면하듯 안보전선을 강화하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여실하다. 직면한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 납득할만한 새 정부의 대책이 없다는 분석이다.

엄동설한이 여전한 바깥 환경에서 민생의 구들장에 온기가 전해지기를 기다려야 하는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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