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대한민국을 일컬어 IT강국이라고 자타가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인지를 의심케 하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이른바 ‘가상화폐’라는 낯 도깨비가 출몰하면서 부터다.

가상화폐, 말을 풀이하자면 어려울 게 없어 보인다. 인쇄잉크 냄새 맞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신문을 보는 세상이다. 그뿐이랴, 세상 구석구석을 이불속에서도 보고 듣는 세상이 됐다. 그러니 대한민국이 IT강국인 게 철석같이 믿어 의심치 않았던 거다.

그러던 차에 거의 느닷없이 가상화폐라는 도깨비가 나타나자마자 대한민국이 IT강국이라는 믿음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작금의 상황이다.

재미있기는 이른바 유튜브 언론의 인기스타인 경제전문가의 가상화폐에 대한 해설장면이 그렇다. 이를 속 시원하게 설명하기 위해 유명교수가 출연했다. 시청자의 관심이 집중된 자리였으리라. 중·고생들이 수억원을 벌었다는 뉴스가 있었던 터였으니까.

일반 사람들은 종이신문의 가상화폐관련 특집기사 만으로는 개념파악도 거의 오리무중이었다. 물론 전문가들이야 모를 턱이 없었을 것이다. 세계가 이로 말미암아 들썩인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않아있을 턱이 없었다. 그래서 찾아 나선 곳이 IT강국의 백과사전, 포털사이트였다. 그런데 거기 나온 해설로는 아예 모르고 있던 게 속편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아무튼, 속 시원한 해설로 인기 짱이던 그 앵커의 첫마디는 “가상화폐는 한마디로…” 듣는 이로 하여금 귀가 뻥 뚫리는 바로 그것이었다. 이어서 그는 “기존 금융질서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라고 할까요. 철부지들의 장난 같은…” 그러면서 저명한 초빙교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리고 그 교수의 해설이 이어졌다. 그러나 한마디로 시청자들은 더 오리무증으로 잠입되었으리라. 교수는 나름 알아듣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그러나 늘 쾌도난마식 해설로 시청자의 가슴을 시원케 하던 앵커(단독진행자니까)로서는 답답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그는 오히려 시청자보다 더 모르는 게 많았다는 듯이 교수에게 설명을 가로막고 질문을 해댔다. 그때마다 교수는 아랑곳 않고 오직 설명에만 집중했다. 듣는 시청자가 짜증이 날 지경이었으니까. 결론은 둘 다 가상화폐의 정체에 대해서는 무식하다는 의심이 가득한 채 채널을 돌리고 말게 했다.

다만, 가상화폐를 앵커의 생각처럼 애들 장난으로만 규정할 것도 아니라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무슨 설명을 했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긴 해도 어마어마한 괴물로 여겨 긴장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종이로 된 화폐로 경제활동을 할 턱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런 세상은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앞장서서 추구해야한다는 생각이 더럭 든다.

가상화폐의 시작은 누가 처음 했는지도 석연찮다. 일본식이름의 주인공이 떠돌긴 해도, 그가 개인인지 또는 그룹인지도 모른다. 그 교수 말을 빌리자면 “무지하게 똑똑한 천재의 작품” 이라는 막연한 칭송만 낭자하다. IT업계에는 이런 무명의 천재들이 간단없이 출몰한다.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경우가 그뿐 아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뭔 일지 모르지만 중국에 가서 거의 망신을 당하고 왔다는 소식도 그렇다. 당장 북한의 핵 협박이 위급한 처지에, 그동안 기대던 미국을 멀리하고 중국에 손을 내미는 몸짓에 대다수 국민은 아연실색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그런 것도 여론 혹은 대통령지지도로 결정하는지는 모른다. 집권하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게 민주주의 혹은 대통령집권제의 특징인지는 국민은 모른다. 그러나 이런 것은 가상화폐의 정체처럼 천재만이 아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워낙 똑똑한 그들이니까. 미구에 도깨비 노름은 허무한 게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