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 산업부 기자.
성현 산업부 기자.

“낙찰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관급공사 입찰담합이 적발돼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은 한 대형 건설사가 행정소송에서 주장한 말이다.

이 건설사는 최저가 입찰제를 악용해 다른 3개 회사와 담합을 모의하고 각각 1개 공구씩 낙찰받기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들러리 3개사가 저가 투찰 기준에 반영되는 평균 투찰금액을 낮추면 낙찰받을 1개사가 이를 이용해 담합에 가담하지 않는 입찰자들보다 낮은 금액을 써내는 수법이다.

이들 회사는 메신저로 담합에 필요한 서류를 공동으로 검토하고 공구별 낙찰예정사의 투찰가격도 결정했으며 서로의 담합 실행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직접 만나 서류를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이 건설사는 “낙찰예정자가 다른 입찰사에 비해 낮은 금액으로 투찰한 것은 낙찰확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진 것에 불과하고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4대강 입찰 담합 과징금으로 주주들 낸 소송을 “회사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고 폄하한 건설사도 있다.

상법은 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임무를 해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회사나 주주가 아닌 경영진만을 생각한 발언이다.

또 다른 관급공사를 담합한 건설사는 “공사의 난이도가 높고 설계시간이 촉박해 입찰참여사가 적을 수밖에 없어 담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이 낮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입찰담합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방해하는 범죄다. 특히나 주요 건설사들이 참가하는 관급공사는 계약금액이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른다. 모두다 요즘 같은 엄동설한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남 늦게까지 일한 국민들이 낸 혈세로 진행되는 공사다.

또 공정위는 입찰 담합이 적발되더라도 회사 사정이 좋지 않으면 과징금을 깎아주고 조사에 협조하면 아예 면제해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입찰담합이 적발된 건설사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담합 자체를 부정하거나 과징금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입찰담합 과징금은 해당 매출의 10분의 1로 제한돼 있지만 이마저도 많다는 얘기다.

2015년 광복절 특사를 받고 ‘스스로 약속한’ 사회공헌기금(2천억원)은 아직 47억원만 냈지만 대형 건설사 대표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이쯤 되면 실망이 아니라 분노의 감정이 들지만 건설업계의 입찰담합 소식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입찰담합이 건설업계에 만연해 있고 반성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반복한다면 그것은 본성이다. 건설사들이 본성이 나쁘다는 평가를 듣지 않도록 이제는 부끄러움을 알고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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