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탁 산업부 기자
김병탁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김병탁 기자]한국은 작은 유행에도 민감하다. 음식부터 의류와 패션까지 조금만 이익이 생긴다면 금세 비슷한 제품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롱패딩 열풍’에 힘입어 ‘짝퉁제품’도 함께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해 한정판 ‘평창 롱패딩’이 인기를 끌자 위메프에서는 이와 유사한 ‘국가대표 팽창 롱패딩’을 선보였다. 가격도 훨씬 저렴해 소비자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평창위조직위원회는 “위메프가 이미 지적재산으로 등록된 상표인 눈꽃모양까지도 변형해 사용한 점에 대해 지적재산을 침해했다”며 “관련 법률 위반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재 수많은 짝퉁 제품들이 오픈마켓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유행이 빨리 지나가듯 법의 따가운 시선 역시 쉽게 사그라질 거라는 과거의 믿음에서 기인한다.

문제는 오랫동안 고착화된 우리 사회의 인기제품 베끼기 만성이 유행의 주기를 짧게 만들 뿐 아니라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들어낸 본 제품의 품질 및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즉석핫도그’ 체인점 역시 금세 점포수가 늘어나는가 하더니 그와 유사한 업체들이 생겨나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다 현재는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노스페이스 열풍’, ‘프리미엄 짬뽕 열풍’ 등 수많은 제품들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금세 사라졌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서 조선후기 거상 임상옥은 이 같은 말을 남긴다.

‘장사란 이문을 남기가보다 사람을 남기기 위함이다’

작은 재물에 탐닉하기보다 사람에 대한 신용을 얻는 것이 장사에 가장 기본이자 가장 큰 자산임을 강조했다. 즉 당장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분별한 판매에만 목맨 현재 제품 베끼기 현상을 소비자와 상인, 그리고 우리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임을 꼬집었다.

‘장사치’와 ‘거상’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과 그리고 공동체를 바라보는 태도다. 작은 이윤을 좇으며 본질을 흐린다면 설사 큰돈을 벌더라도 쉽게 잃기 쉽다는 점을 거상 임상옥은 무엇보다 잘 알고 있었다.

수백 년 세월이 흘러도 그가 우리 뇌리에 '거상'으로 남은 이유는 당장 눈 앞의 이문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을 우선시했기 때문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