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지난 3년간 우리나라 가계의 빚이 363조원으로 대폭 늘어나 총규모 1419조원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워낙 상상하기조차 엄청난 금액인 까닭이다. 그러면서도 뭔가 앞이 답답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가구당으로 나누면 7270만원이다. 되짚어 생각하면 어딘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든다. 몇 푼 되지는 않아도 아등바등 벌어 남 신세지지 않고 살아왔다고 여겼는데 엄청난 빚을 지고 있었다니 그렇다.

가계빚이 이렇게 크게 늘어난 이유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쉬워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대출규제 완화를 정책으로 내놨다. 지난 2014년 8월 주택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규제를 거의 파격적으로 풀어놓았던 것이다. 게다가 그때부터 5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낮췄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 등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수출도 줄어드는 기미가 보였다. 정부는 응급조치가 필요했다. 서둘러 돈을 풀어 집도 사게 했고 소비도 부추겼다. 그렇게 해서 가계 빚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우리경제의 가장 불안한 요인으로 가계 빚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건설업위주로 경기를 지탱해온 탓에 부동산 가격급등과 가계부채 폭증이 가져온 부작용이다.

문제는 이 같은 가계빚 증가추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대출수요가 여전히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15년경 분양한 아파트가 입주날을 받아놓고 있어서다. 또 아파트 가격상승세가 여전한 것도 그렇다. 지난 10월 한달만해도 10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가계빚을 갚기 위한 첫걸음은 소비를 줄이기 마련이다. 먹고 입는 것에서부터 쓰는 모든 것에 인색해진다. 그러니 생활이 궁핍해진다. 당연한 결과지만 그래서 내년도 경제전망도 어둡다. 성장률도 3%대 이하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가계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3분기 월평균가구소득이 453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2.1% 늘어난 것에 그쳤다. 빚 갚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당장 이달 중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이를 두고 이자폭탄이 터질 위험에 직면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가계빚이 늘어난 것이 새 정부 탓만은 아니다. 이전 정부, 그 이전부터 밀려온 애물단지와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점점 커질 공산이 더 커진다는 게 문제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정책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도 모르는 모호성도 그렇다. 또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한다는 명제 아래 펼칠 것으로 보이는 재정운용계획도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재벌의 투자를 권장하지는 못할망정 반대로 옥죄는 듯 한 지금까지의 행태가 미덥지 못하다는 여론이다.

공무원 대폭증원도 길게 보면 매우 부정적이다. 국민의 조세부담을 전제로 하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각종 퍼주기식 복지정책도 빛만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어쩔 수 없는 공염불일 거라고 코웃음이 들릴 정도다.

모처럼 세계경제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바람에 편승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커녕 정반대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기업이 골치 아프게 할 것 인지를 궁리하고 있는 게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흔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런 기류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경우는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를 주도해야할 대기업의 기류가 심상찮은 것도 그렇다. 상승기류에 저자세로 몸을 사린다는 것은 사업하기 싫다는 의사표시와 같다.

아직도 정부의 깊은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는 경제주최들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의 책임이다. 경제는 때를 타는 날짐승의 비상과 같다. 바람을 타고 높이 멀리 날아오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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