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22일 대기업 임원 등이 포함된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물리적인 실체 없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기업)를 설립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이 같은 명단 공개가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검찰이 일부 대기업이 역외탈세를 통해 조성한 자금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날 발표는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조욱래 DSDL 회장과 아들 등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진행하는 '조세피난처 프로젝트'의 유일한 한국 파트너로 참여해 지난 몇 주간 공동취재를 해왔다.

조세피난처란 법인의 실제 발생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기업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면 절세나 탈세가 가능하지만 정부는 상당한 규모의 세수감소가 발생한다.

또 조세피난처에서는 '외국환관리법', '회사법' 등의 규제가 적고 기업 경영상 장애요인이 거의 없다.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돼 탈세와 돈세탁용 자금 거래의 온상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2000년대 이후 조세피난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면세국인 바하마, 버뮤다, 케이맨제도, 저세율국인 네덜란드령 앤틸제도, 버진제도, 저지섬, 바레인, 모나코 등 수 십여개의 조세 피난처가 존재하고 있다.

뉴스타파의 명단 발표 이후 국세청, 검찰 등 사정당국이 이들 기업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현재 검찰은 CJ그룹이 역외탈세를 통해 조성한 자금의 일부인 70억여원을 국내로 반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비자금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유무를 따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J그룹이 해외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나 서류상의 회사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가공.위장거래하는 수법으로 100억원 안팎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 CJ그룹이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나 홍콩 등 해외에 설립한 법인으로부터 물품을 납품받은 것처럼 거래관련 서류 등을 꾸며 구매대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해외로 돈을 빼돌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CJ그룹은 계열사인 CJ CGV가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서 'EMVOY MEDIA PARTNERS(EMP)'와 CJ대한통운은 'W.P.W.L'를 운영하고 있어 비자금 창구나 경유지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뉴스타파 관계자는 "현재 확보한 명단을 토대로 본인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이 포함된 만큼 향후 순차적으로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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