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노브랜드 제품 5분 거리서 싸게 팔아

서울 스타필드 코엑스 이마트24 점포 전경<사진=이마트>
서울 스타필드 코엑스 이마트24 점포 전경<사진=이마트>

[현대경제신문 조재훈 기자] “누구도 노브랜드샵이 코앞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그 좌절감과 내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을 실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마트의 막무가내식 노브랜드 스토어 확장으로 이마트24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노브랜드 스토어’가 지점을 대폭 확장하면서 같은 제품을 노브랜드 스토어에 비해 더 비싸게 팔아야 하는 구조인 이마트24 가맹점주들과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브랜드 스토어는 100% 이마트 본사 직영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8월 용인시 보라동에 노브랜드 1호점을 개설한 후 지난 5월까지 지점 수를 24곳으로 늘렸다. 현재는 80여곳으로 늘어났다. 공격적인 지점 확장으로 반년 새 3배 가량 급증했다.

이마트24도 위드미에서 사명을 변경한 후 점포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24 점포는 지난해 기준 1천500곳에서 올해 2천600여곳으로 1천점 이상 늘어났다. 점포 수 증가를 이끈 이마트24의 특장점으로는 ‘노브랜드’ 제품이 꼽힌다. 실제로 이마트24는 가맹점주를 모집하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노브랜드를 차별화된 상품으로 내세웠다.

가맹점주들은 노브랜드 직영점이 이마트24 가맹점의 수익 저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마트24에서 판매중인 동일한 노브랜드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노브랜드 직영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어서다.

가맹점주 A씨는 “노브랜드 매장이 이마트24 5분 거리에 생기는 건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앞으로 노브랜드 매장이 출점하면서 본사에서 이마트24 경영주에게 동의 구할일은 없을 것 같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 B씨는 “현재 이마트에서 팔고있는 e로고 제품들을 떠넘기려는 꼼수는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며 “피코크, 노브랜드, 유별난감자 등의 e로고가 박힌 제품 세종류인데 그중에서 안팔리는 e로고가 붙은 제품을 이마트24에 풀려고 하는지 심히 걱정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의 무차별적 노브랜드 스토어 확장이 가맹점주 죽이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가맹점주 C씨는 “이마트24로 간판이 바뀔 때 쯤 향후 모든 노브랜드 상품을 이마트24에서도 취급할 수 있을 전망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제와서 노브랜드는 노브랜드만의 길을 갈 것이니 개의치 말라며 이마트24만의 PL(자체브랜드)상품을 만들어 줄테니 믿고 기다리라는 소리는 거짓말이고 사기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마트24 가맹점주 단체는 2개로 분리됐다. 기존 ‘이마트24경영주협의회’와 지난 9월 출범한 ‘이마트24점주협의회’다.

이성규 이마트24 경영주협의회 회장은 “작년부터 노브랜드 등과의 출점 거리 기준을 하루 빨리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본사에 요구해왔다”며 “타 편의점업계는 PL제품이 전부 마련된 상태인데 이마트24는 PL상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브랜드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동일 제품이 아닌 차별화된 편의점식 소단위 포장 PL제품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마트24는 노브랜드 스토어와 이마트24 매장의 인접성을 일부 인정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마트24 일부점포 인근에 노브랜드 매장이 7군데 정도”라며 “경영주 입장에서는 인근에 노브랜드 매장이 덜컥 생기면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느낄수 있어 더욱 경영주를 신경써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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