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탁 산업부 기자
김병탁 산업부 기자

[현대경제신문 김병탁 기자]'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최근 신세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화된 저성장과 소비침체 늪에 벗어나기 위해 종합식품기업의 길을 택했다.

신세계푸드는 제빵업체인 '신세계SVN' 합병을 시작으로 2015년 만두제조업체 '세린식품'과 음료업체 '스무디킹코리아'를 인수했다. 2016년에는 생수제조업체인 ‘제이원’을 인수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 구색을 갖췄다.

신세계푸드는 포장김치, HMR(가정간편식) 등 다양한 식품 산업 진출을 발판 삼아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유통 공룡에 이어 종합식품 공룡으로 도약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신세계푸드의 눈부신 성공에 박수갈채를 보낼 순 없는 것은 그 이면에 이마트가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낮은 인지도를 가진 계열사 및 자사 제품 판매를 위해 지금도 무리하게 좋은 판매대 자리를 우선 제공하고 있다. 이는 유통채널 특성상 제품 회전율에 따라 우선순위로 판매대를 결정하는 것과 상반된다.

그런 의미에서 신세계와 롯데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유통업과 식품업을 동시에 지향하는 점에서 닮은 반면 자사 제품에 경쟁력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롯데는 롯데햄, 밀키스, 꼬깔콘 등 오랜 경쟁을 통해 타사 제품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신세계푸드는 아직까지 신세계 계열사 울타리에 벗어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만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현재 신세계는 ‘무분별한 제 식구 감싸기’로 경쟁식품업체에 불만을 사고 있다. 공정한 경쟁이 아닌 자사 제품 몰아주기로 이마트 등에서 타사 제품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신사업을 늘려갈수록 그 피해가 더 늘어나고 있다. 자사제품의 보호주의 정책도 더 심각해지고 있다.

마치 한 손에 자사제품을 움켜쥐고 한손으로 다른 먹잇감을 탐닉하는 괴물의 모습과 흡사하다.

신세계푸드는 2023년까지 매출 5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눈부신 성공 이전에 이제는 뒤를 돌아봐야만 할 때다. 지금부터라도 공정한 경쟁 속에서 자사제품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만 한다. 경쟁력 없이 외형 확장에만 치중한다면 소비자에게 쉽게 외면 받고 말 것이다. 거품이 꺼진 뒤 더 큰 시련이 찾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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