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행장 사임배경 두고 배후설, 외압설 등 횡행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사임을 표명했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을 둘러싼 위기론이 차기 행장 선임까지 이어질 것이라 보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은 이광구 행장이 자진 사임 의사를 밝힌 우리은행에 대해 일일보고를 지시했다. 우리은행의 현 상태를 경영위기 상태로 판단, 매일 모니터링 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이광구 행장은 금감원 국장감사 때 드러난 지난해 신입 행원 채용 비리 의혹 관련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2일 밝혔다. 올 3월 연임에 성공한 뒤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된 것으로 그 원인을 두고선 여러 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일단 인사비리 의혹 당사자 전원이 옛 상업은행 출신이란 점에서 한일은행 출신 직원들의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전신은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인데, 한일은행 출신들이 인사비리 정보를 정치권에 넘겼다는 것으로 설이다. 이 행장 역시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광구 행장의 정치적 배후를 둘러싼 외압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행장이 박근혜 정권 당시 금융권 주류로 떠오른 서금회(서강태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들어 이 행장이 전 정권 시절 청와대는 물론 국가정보원의 사찰 대상자였던 것으로 알려지며, 그와 친박 연관성에 대한 의혹은 다소 줄어들었다.

그러가하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친(親) 정권 인사를 우리은행장으로 선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란 설도 나돈다. 지난해 말 민영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우리은행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과 함께 국책은행으로서 활용도가 높았던 곳이다.

이런 가운데 이 행장 본인은 사퇴를 기점으로 조직이 안정을 되찾길 희망했으나, 현재로선 우리은행의 앞날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당초 이광구 행장과 우리은행은 연말 안에 정부 보유 은행지분을 매각하고 완전 민영화를 달성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과점주주의 추가 지분 인수 내지 새로운 인수 대상자 물색을 국내외에서 진행해 왔다.

또 금융지주로의 재도약을 모색하며, 이를 위한 지분 투자도 이미 병행해 왔다. 증권과 자산운용 등 비은행 금융사 인수 역시 꾸준히 검토 중이었다.

업계에서는 이 행장의 사퇴로 우리은행의 당면 현안 해결을 위한 노력이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행장에 누가 취임하느냐에 따라 전반적인 경영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차기 행장에 누가 선임될지 역시 현재로선 예상이 쉽지 않다. 내부 출신 행장 선임의 전통을 이어갈지 정권과 친밀한 관계의 외부인사가 선임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우리은행 관계자는 행장 공백 상태가 장기화 되진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이광구 행장 선임 때도 20여일 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이사회가 빠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차기 행장 선임에 대해 외압설 등이 나오고 있으나, 행장을 선출하는 건 사외이사 권한이다”고 강조하며 “수천억원을 우리은행에 투자한 과점주주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다 보니 은행 발전에 부합할만한 분을 차기 행장으로 선임할 것이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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