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통일대박을 예언했던 대통령은 영어의 몸이 되어있다. 그 자리에 그의 정적이었던 세력이 터를 잡고 있다. 불과 3~4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빚어진 역사의 단면이다.

통일대박을 꿈꾸던 국민만 공허한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하지만 그냥 쓸어내리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상황이 거의 뒤바뀌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보불안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제는 통일이 대박이라는 말조차 옛말처럼 느낀다. 대박은커녕 자칫 나라가 쪽박을 찰지도 모른다는 현실적인 불안이 감도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극명하게 달라진 것을 꼽으라면 안보문제를 들것이다. 북한 핵에 대한 이 정부의 태도가 전 정부와 크게 다르다. 전 정부가 대북문제에 관한한 강경책을 쓴데 반해 현 정부는 이른바 유화책을 쓰거나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북한 핵문제를 두고도 이 정부는 거의 느긋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지경이다.

평화만이 북한 핵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오죽했으면 ‘코리아 패싱’이라는 외교적 신조어마저 떠돌 정도다. 가장 심각한 당사국이면서도 정작 외교적 문제 해결 국면에서는 소외되는 처지가 되는 것 같아 지켜보는 국민의 가슴이 아프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평화를 외치는 우리 대통령면전에 대고 막말을 해대던 북한이다. 철모르는 소리란다. 그리고 그들은 최강의 미국을 상대로 한판 붙어보자고 큰소리치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우리만이 불안한 평화를 누리고(?)이는 꼴이다.

경제도 그렇다. 새 정부출범과 함께 뭔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았다. 우선 헬 조선의 실체였던 청년실업난이 엄청 좋아질 것 같았다. 당장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되었다. 과감한 변화였다. 출범 초부터 고삐를 조이기 시작한 비정규직의 정규화도 획기적 결단처럼 보였다. 부동산문제 해결책도 눈에 띄긴 마찬가지였다.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원자력발전소 공사 중단문제도 크게 국민의 주목을 끌었다. 대통령의 결단은 대단했다. 쾌도난만 그대로였다. 촛불집회를 혁명이라고 칭하던 그의 모습과 표정이 겹쳐지면서 뭔가 크게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국민은 받았다.

불과 며칠을 못 갔다.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단정하기는 이르다. 그러면서도 멀리 가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아닌 기대를 하게 된다. 당장 비정규직의 정규직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집권자의 욕심만큼 그대로 직행되는 게 아니다. 안팎으로 전제되어야 할 사안이 수두룩한 일인 것이다.

부동산대책도 제자리를 맴돌기는 매한가지다. 급기야 대책의 대책을 거론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공직자증원문제도 엄청난 예산과 적법여하 판단을 두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급기야 뭔가 뜻대로 되는 일이 단 한 가지도 없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드러나고 말았다.

중단되었던 원전공사는 재개돼야 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야만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다. 여러 날을 소비해서 심의도하고 조사도 한 것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원전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다. 게다가 무슨 여론을 좌우하는 세대별 대표성을 상징하는 인문들도 아니다.

그냥 세대별로 거의무작위로 뽑힌 사람들이 여러 날 모여 인기투표하듯 여론조사를 한 것이다. 거기서 원전공사는 재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정부도 그 결정을 받아들였다. 워낙 여론을 중시하는 정부인터라 반대할 구실을 찾지 못한 것이리라. 공사지연에 따른 엄청난 비용손실은 고스란히 이 정부의 부채가 아닐 수 없다.

‘새 정부의 예봉이 꺾였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곧장 공허한 평화론만 되뇌던 북한 핵 해결구상도 같은 운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그 뒤를 이었다. 다음 달에 올 것이라는 미국대통령의 방한이후 우리나라의 운명을 가름하는 중차대한 대북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와 기대가 크다. 민생시장의 사활이 달려 있다는 생각과 함께.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