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합병무효소송 기각…“합병비율, 현저히 불공정하지 않아”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함종식 부장판사)는 옛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무효소송을 19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에 총수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 수반됐다고 해서 합병 목적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합병 비율이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합병 비율이 다소 주주들에게 불리했다고 해도 이는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소송은 옛 삼성물산의 지분 2.05%를 보유한 일성신약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에 문제를 제기해 시작됐다.

지난 2015년 9월 통합된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인데 옛 삼성물산의 자산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성신약은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을 결정했다”며 보유 주식매수를 회사에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매수가격으로 1주당 5만7천234원을 제시했으나 일성신약은 이 가격이 너무 낮다며 합병무효소송과 함께 별도의 가격조정을 신청했다.

일성신약은 소송에서 “삼성은 그룹 오너들을 위해 삼성물산에는 불리하고 제일모직에게는 유리한 시기를 골라서 합병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과거 삼성물산의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았으나 이 합병으로 16.5%를 보유,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옛 삼성물산은 당시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의 한 축이라 지배구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일성신약은 또 “삼성이 두 회사의 합병을 결정한 2015년 5월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시기”라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상장주의 시장가치만 봐도 삼성물산에 현저하게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국민염금의 찬성 없이는 합병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부회장 등 오너들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유도하기 위해 최순실씨 등 비선실세에 약 300억원의 지원을 약속하고 국민연금의 찬성을 얻어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이 같은 주장을 모두 부인한 바 있다.

삼성물산은 변론에서 “원고는 합병 시기를 문제 삼았는데 합병을 늦췄더라면 옛 삼성물산은 엄청난 우발채무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을 가능성이 농후했고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주가 상승 요인이 있어 합병비율이 더 나빠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삼성물산의 합병은 주주총회에 의해 합리적으로 결정됐다”며 “국민연금의 내부적 의사결정 문제가 합병 무효 사유에 연결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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