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계적 추진” 한국당 “공급 감소·가격 인상”

지난달 말 공급된 부산 명지 퍼스트월드 견본주택 앞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 단지는 1천648가구 모집에 총 22만9천734명이 청약을 신청해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청약신청자 기록을 세웠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말 공급된 부산 명지 퍼스트월드 견본주택 앞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이 단지는 1천648가구 모집에 총 22만9천734명이 청약을 신청해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청약신청자 기록을 세웠다.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국정감사에서 주택 후분양제 도입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야당에서는 주택공급량 감소와 분양가 상승을 이유로 반대하는 양상이다.

현행법은 선분양과 후분양을 구분하고 있지 않지만 대지 소유권 확보와 분양 보증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착공과 동시에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선분양을 허용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후분양제를 시행하면 신용등급 C 미만의 건설사의 주택 공급이 사라질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1년에 13만4천800가구의 주택 공급이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전체 공급 물량의 22.2%에 달하는 물량이다.

그는 또 건설업체의 이자 부담으로 분양가가 3.0∼7.8% 증가하고 이에 따른 소비자 이자비용 역시 93만∼1천110만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의원은 “건설금융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안 없이 추진하는 후분양제는 현실성이 없다”며 “제도 도입에 앞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2일 세종 청사에서 열린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부분에서 먼저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계획을 마련해보겠다”며 “민간부분에 대해서는 주택도시기금 지원을 높이거나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는 등 후분양제를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도 이날 “3천만원짜리 승용차를 살 때도 꼼꼼히 확인해보고 구입하는 데 주택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계약부터 해야 한다”며 “이런 선분양제 때문에 많은 주택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의원은 건설사가 주택을 80% 이상 지은 뒤 입주자를 모집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해 말 대표발의한 바 있다.

박상우 LH 사장도 13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지금 당장이라도 후분양제를 도입 할 수 있다”고 밝히며 김현미 장관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국민의당은 후분양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5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6단지 세대주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대선 시기 국민의당은 후분양제를 공약했고 현 정부여당은 공약하지 않았다”며 “그래서 국민의당에서 이 부분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실시공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부분적인 후분양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실시공 벌점이 누적된 기업에 대해선 선분양을 제한하고 주택도시기금의 출자·융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원욱 의원은 “그동안 시공부실 건설사에 너무 관대했다”며 “부실벌점을 활용해 분양시기를 제한하면 건설사들도 시공과정에 정성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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