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보다 최대 6배 비싸…통신업계 “우리나라, 비싸다고 볼 수 없어”

 
 

[현대경제신문 유성현 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가 휴대폰 유심을(USIM·범용가입자인증모듈)을 원가보다 최대 6배 비싸게 팔면서 ‘폭리’ 논란에 휩싸이자 통신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전에 ‘기본료 폐지’와 ‘통신비 인하’에 대해 영업손실 및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 정체를 이유로 반대한 바 있는 이통사들이 유심 가격을 ‘뻥튀기’하자 가계통신비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시행된 ‘선택약정 할인제 25%(기존20%)’에 대해 정부의 불합리한 공시라며 소송까지 검토한 이통사들이다.

서울 용산구에 살고 있는 A씨(28)는 “선택약정 할인율 5% 올리는 것도 통신사들이 그렇게 부담스럽다고 난리를 쳤는데 다 ‘엄살’이었다”며 “유심비를 이정도로 불려서 팔았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B씨(29·은평구)는 “정말 여기저기서 뜯어먹는 것 같다”며 “정말 국민을 위한 기업인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해야만 하는지 궁금하다”고 분노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변재일(더불어민주당, 청주시청원구) 의원은 업계를 통해 입수한 유심발주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금융기능이 없는 4G(4세대) 이동통신용 나노 유심 납품 가격은 개당 1천원으로 표기돼 있었다고 지난 12일 밝힌 바 있다.

교통카드와 모바일뱅킹, 신용카드 기능을 지원하는 금융LTE 유심의 납품 가격은 개당 3천원이다.

과기정통부가 변 의원에게 제출한 '이통사별 유심 공급량 및 판매가격' 자료(부가세 포함)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SK텔레콤은 금융유심을 8천800원, 일반유심 6천600원, KT는 LTE유심 8천800원, 3G유심 5천500원, LG유플러스는 LTE유심을 8천800원에 판매했다.

변 의원은 “SK텔레콤 일반유심(6천600원, 부가세 포함)의 경우 원가의 6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통3사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유심 8천만개를 판매해 약 7천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대량 발주 이익까지 누리는 이통사는 유심원가를 감안해 유심가격을 현실적인 수준으로 책정,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심비 폭리를 취했다는 논란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미국 통신사 AT&T의 경우 유심 비용이 5불, 가입비 45불을 추가해서 받고 캐나다는 10불(세금 별도)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며 “각 나라마다 이통시장 구조(요금제 등)나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비싸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심 제조사가 직접 유통이 가능하지만 그렇게 하면 물류 배송비, 판매 인력에 따른 인건비 등 인프라를 다 갖춰야 한다”며 “이통사에서 계속 유통을 하는 게 비용효율성에서 좋다고 경험상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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