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잇달아 미국의 신용에 대해 의문을 표시함에 따라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신용등급의 하향 경고가 '엄포용'으로, 증시에는 '제한적'인 영형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8월까지 채무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 신용등급을 내리겠다고 미 정부에 경고했다.

또다른 3대 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무디스도 지난 4월과 5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치를 하향하거나 신용등급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적자 '한계'…의회 의견 '분분'

미국 재정적자 문제는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달 16일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미국 재정적자가 법정한도에 이르렀으며, 공무원 연금에서 지출자금을 충당하겠지만 8월 초가 고비라고 밝혔다.

즉 8월2일까지 부채한도를 상향해주지 않는다면 미 정부가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부채한도는 미 정부가 자금조달을 위해 차입할 수 있는 상한선을 말한다. 현재 미 정부의 부채 상한선은 14조2940억달러다.

부채한도에 묶여 더 이상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면 현재 회복 중인 미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할 수 있다. 채무불이행은 물론, 유동성 부족도 글로벌 경제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 정부는 세금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여 부족한 자금을 충당해야하는데, 그러면 유동성이 줄어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미 의회는 채무 한도를 늘리기 위해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 차로 타협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미 부통령은 지난달 24일 의회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도자들과 3시간 넘게 회담을 열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회담이 끝나고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1조 달러 이상의 재정적자를 삭감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국가 부채 증액 시한인 8월 초까지 의회가 합의를 이뤄낼 수 있을 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증시 영향은?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가 만성적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근래에 불거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신용평가사들은 현 경제상황보다는 이전 상황에 후행적으로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는 당장의 경고 아니라 의회를 겨냥한 '엄포'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따라서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미 부채보다) 수출과 연관된 지표가 더 중요"하다며 "미 신용등급 하락은 경고성일 뿐 실질적인 액션으로 나오긴 어렵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김형렬 투자전략팀장도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되긴 어렵다"며 "부정적인 내용이긴하지만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볼만한 변수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투자전략팀장은 "당장 신용등급을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피치가 의회의 합의내용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에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이로 인해 달러 약세기조가 강해지만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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