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증거 존재 알고도 확인 안 해

키코 사태 때 법워의 고의적 은행 편들어주기 의혹을 제기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
키코 사태 때 법워의 고의적 은행 편들어주기 의혹을 제기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법원이 키코(KIKO) 사태 당시 시중은행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핵심 증거의 존재를 알고도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법원 국정감사에 앞서 이명박 정부시절 발생했고 박근혜 정부들어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내려진 키코사태와 관련 “법원이 은행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파생상품 중 하나인 키코가 2005~2006년 기업들을 상대로 대거 판매된 바 있다. 당시 판매된 상품은 주로 환율을 기초자산으로 해 만들어졌는데,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환율이 급등하며 무더기 해약사태를 낳았다.

최소 3조원대 피해를 입은 복수 기업들은 은행들의 불완전 판매를 문제 삼고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는데, 2013년 대법원은 은행들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박범계 의원은 “키코 사건에서 은행의 수수료에 대한 사전 설명의무가 있었는지가 판결의 결론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쟁점이었는데, 대법원에서 키코의 은행수수료가 시장 관행에 비해 현저하게 높지 않기 때문에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키코거래로 은행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겨갔다는 은행 딜러의 녹취록과 검찰 측 수사자료 등의 핵심증거의 존재에 대해 원고측 변호인이 언급했고, 법원 측도 이를 알고 있었으나 자료를 확인하기 전 재판을 마무리했다”고 강조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키코 관련 검찰 수사보고서. <사진=박범계 의원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키코 관련 검찰 수사보고서. <사진=박범계 의원실>

실제 박 의원이 핵심자료라 주장한 수사보고서에는 “은행은 선물환으로 인한 마진보다 키코가 훨씬 더 많이 이익이 남는다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키코를 판매한 흔적이 엿보임”이라는 평가와 함께 “키코는 불당 4원, 선물환은 불당 10전의 마진으로 키코가 선물환의 40배에 달하는 은행 수수료를 안겨준다”고는 분석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딜러 녹취록에는 “왕건이 하나 건졌다, 엣날보다 더 많이 먹었다” “자칫 잘못하면 은행이 마진을 무지 많이 남기는 것으로 알아버릴 수 있다”등의 대화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박범계 의원은 “은행들이 키코는 제로-코스트(Zero-Cost)라고 하며 판매한 것인데 만일 이 거래가 은행들 마진이 그토록 많은 거래라는 것을 기업들이 미리 알았더라면 기업들은 굳이 선물환이라는 더 값싼 환헷지상품을 두고 키코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업들이 선물환거래의 40배에 달하는 은행마진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기업들을 속여 키코를 팔았다는 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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