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부터 카드·증권·저축銀까지 동참, 딥러닝에 주목, 기술적 한계는 아직

[편집자주] 이종(異種) 산업간 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을 불어 일으키고 있다. 금융권 역시 기존 금융업에 여러 IT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금융상품과 서비스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비대면 채널 확대 속 중요도가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는 고객 상담서비스 관련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챗봇’ 도입에 대한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챗봇’은 기업용 메신저에 채팅하듯 질문을 입력하면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일상언어로 사람과 대화를 하며 답을 주는 대화형 메신저다.

‘수다를 떨다’라는 뜻의 ‘채터(chatter)’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증권업계에서 수익률 등을 고려해 상품을 추천해 주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술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AI기술을 활용 고객 정보와 성향 등을 분석해 상품을 추천해 준다면, 챗봇은 대화형 엔진 자체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챗봇은 다수의 사용자 던지는 다양한 질문에 답하며 학습을 거듭, 그 능력이 향상되는 특징을 지녔다. 지금보다 데이터가 쌓이는 미래 그 기술적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진=우리은행>
<사진=우리은행>

-시중은행, 앞 다퉈 ‘챗봇’ 도입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챗봇 도입 및 활용에 있어 한발 앞서가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우리은행은 챗봇 서비스인 ‘위비봇’을 출시했다. 위비봇은 기존 시나리오 방식에 인공지능의 딥러닝 기술을 접목, 질문자의 질문의도를 파악해 답변을 제시한다. 기존의 질문과 답변을 고르는 단순 선택형 방식이 아니라 상담원처럼 고객과 대화가 가능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또 기존 ‘1:1실시간 Talk 상담’등 문자로 질문하던 방식은 물론 사용자가 음성으로도 질문을 할 수 있다. 제공하는 정보 역시 환전 등 금융정보는 물론 날씨, 인물정보 등 일반 상식도 포함돼 있다.

위비봇 서비스 이용을 위해선 우리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위비뱅크와 위비톡 등에 가입해야 하는데, 향후 우리은행은 스마트뱅킹과 인터넷뱅킹 등으로 이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직원 대상으로 서비스를 검증했고, 향후에 대출, 예적금 등 은행 주요 서비스로 확대할 예정”이라며 “현재 고객 상담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학습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학습을 통해 은행 업무 전반에 대해 24시간 365일 상담이 가능한 서비스로 발전 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이 국내은행 중 처음으로 챗봇을 도입한 건 아니다.

지난해 NH농협은행은 카카오톡 채팅 기반의 ‘금융봇’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다만 농협은행의 금융봇은 위비봇처럼 고객과 일상적 대화까지는 가능하지 않고 고객의 문자 질의 등에 대해 간단한 답변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사진=하나금융>
<사진=하나금융>

KEB하나은행은 은행권 챗봇 도입에 있어 우리은행과 함께 가장 앞서가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이달 초 하나금융지주는 SK텔레콤과 손잡고 생활금융서비스 상담전용 ‘핀고’ 서비스를 도입했다. 핀고는 은행뿐 아니라 금융생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상담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게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단, 핀고는 은행 전용이 아니다 보니 은행 특화 서비스 제공 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에 KEB하나은행은 은행 전용 콜센터 챗봇 구축 사업에 조만간 착수키로 했다. 사업관련 내부 의사결정을 10월 쯤 완료한 뒤 연말 안에 챗봇을 통한 상담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새로 도입할 챗봇에 음성을 말로 전환하는 STT 기능을 포함시킬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끌고도 있다. STT는 기술적 성숙도 문제로 아직 많이 활용되진 않고 있으나, 제대로만 적용될 경우 금융서비스 상담에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평가받는 기술이다.

지난 7월 대대적인 조직 구조 개편을 통해 디지털 관련 부서를 하나의 그룹으로 통합한 신한은행 역시 챗봇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7월 사업자를 선정했으며, 내년 2월 서비스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챗봇을 통한 24시간 고객 응대 가능 체제 구축을 일차 목표로 밝히고 있으며, 향후 AI기술을 내부까지 확장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 역시 STT 도입을 준비 중이다.

KB국민은행도 챗봇 도입을 검토 중이나 개발 시기나 도입 시점은 경쟁사들 대비 다소 늦어지는 모양새다. 주전산기 교체 작업이 지연되는 가운데 디지털 업무 혁신을 위한 큰 틀의 계획이 아직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사진=대신증권>
<사진=대신증권>

-비(非)은행권도 도입 활발

은행들만 자체 챗봇 도입에 관심을 보이는 건 아니다. 비(非)은행권 역시 고객상담 쳇봇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지난 6월 신한카드가 업계 최초로 365일 24시간 실시간으로 운영되는 ‘모바일 챗봇’ 서비스를 오픈했다. 해당 서비스는 카드 추천부터 서비스 안내, 고객이 자주 묻는 700여종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가능하다. 또 ‘사랑해’, ‘힘들어’ ‘오늘 뭐 해’ 등의 일상적인 대화까지는 할 수 있다.

신한카드 챗봇의 경우 국내 최초로 3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에서 구현된다는 점 역시 특징으로 꼽힌다. 카카오톡 신한카드 친구추가, 페이스북 메신저 신한카드 검색, 네이버 신한카드 모바일 검색 및 신한카드 톡톡을 통해 해당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18일 실시간으로 상담해주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 ‘버디’를 출시했다. 버디는 질문자 의도에 따라 카드 혜택과 맞춤 카드 추천, 금융서비스 등을 제공해 주며 슈퍼콘서트 등 현대카드에 관한 각종 정보도 알려준다.

질문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기능은 IBM 왓슨의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했는데, 이 기술을 적용한 챗봇 서비스는 국내 금융권 중 아직까진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2월 대신증권이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챗봇 ‘벤자민’의 서비스를 오픈했다. 올 초 벤자민은 1천여개 정도 질문에 대해서만 답변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1만여 개 질문에 대답이 가능한 수준으로 답변 능력이 향상됐다. 대신증권은 벤자민을 카카오톡에서 이용할 수 있는 ‘벤자민-카카오톡 연계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사진=OK저축은행>
<사진=OK저축은행>

저축은행업계에서는 OK저축은행이 챗봇 도입에 가장 앞서 있다.

이달 11일 OK저축은행은 온라인상에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채팅상담 채널인 ‘오키톡’을 오픈했다. 이는 저축은행업권 최초로 도입된 챗봇과 채팅상담 결합 온라인 고객상담채널이다. 고객이 오키톡에 접속하게 되면 상품 포함 일반적인 문의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시나리오 챗봇이 답변을 해주고, 추가상담이 필요할 경우 채팅상담이 가능하다.

오키톡은 OK저축은행 홈페이지와 모바일앱은 물론 카카오톡과 네이버톡톡을 통해서도 이용이 가능하다.

<사진=신한카드>
<사진=신한카드>

-미래 밝지면 기술적 한계도 있어

금융권에서는 챗봇 도입을 통해, 금융권 내 업무 효율성 증대와 비용 절감효과, 대고객 서비스 만족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단순상담을 챗봇으로 대체하고 기존 상담원들은 수준 높은 금융상담을 전담, 비대면수익 개선효과도 있을 것이라 기대 중이다.

아울러 챗봇에 데이터가 쌓이고 고객 감정까지 파악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학습이 이뤄진다면 그 활용범위가 무한대로 넓어질 수 있을 것이란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IT업계 중심으로는 “현재 기술적 한계를 인식하는 게 우선”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쳇봇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고 미래 또한 밝은 편이나, 고객 상담에 있어 은행들 요구수준과 현재 기술수준 사이에 격차가 큰 것 역시 무시 못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챗봇으로 상담원 전원 교체 등의 전망 역시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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