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사익편취금지 규제 신설 후 첫 사건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한진그룹과의 일감 몰아주기 소송에서 패한 공정거래위원회가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신설 후 첫 사례인 만큼 공정위가 패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상고한 것으로 보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판결에 불복, 지난 25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 소송은 공정위가 한진그룹이 총수 일가를 위해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와 내부거래를 해 총수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14억3천만원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 사장을 고발한다고 지난해 11월 밝혔다.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친족 등 특수관계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 이상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에 부당한 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한 공정거래법 23조 2항이 처음 적용된 사례였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기내 잡지 광고와 면세품 통신판매를 독점하는 업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지분 100%를 보유했었다.

유니컨버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사장,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8월 대한항공이 이 지분 모두를 증여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와 내부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에 ‘대한항공 기내면세품의 구매 예약 웹사이트(싸이버스카이숍)’ 운영을 위탁하고 인터넷 광고 수익을 전부 누리도록 했다.

또 대한항공은 싸이버스카이가 온라인 판매하는 제동목장 상품과 제주워터(생수)에 대한 판매수수료(판매금액의 15%)를 이유 없이 면제해 줬다.

이들 상품은 온라인판매 상품(120여개) 중 매출비중이 상당한 ‘판매우수상품’이며 한진그룹 계열사가 생산·공급하는 제품이다.

유니컨버스의 경우 대한항공은 콜센터 운영 업무를 위탁한 후 시스템 장비에 대한 시설사용료와 유지보수비를 과다하게 지급하는 방법으로 부당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행정2부(재판장 김용석 부장판사)는 지난 1일 원고 승소 판결하며 “공정위는 이 사건 거래 마진율이 증감할 가능성이 있음은 인정하면서 적절한 증감 수준을 산출해 본 바가 없다”며 “유사 사례를 선정해 정상가격을 추단하는 과정 없이 단순히 마진율이 2.86배나 증가할 가능성은 없다고만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니컨버스의 콜센터 시스템 사용료 등에 관해서도 “공정위가 전체 계약금액 또는 전체 계약금액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에 관해 유사 거래의 정상가격을 추단해 비교한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싸이버스카이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이득을 본 금액들이 그 기간 매출액의 1%에 불과해, 이 사건 거래를 통해 사익을 편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익편취로 경제력 집중 효과가 발생할 여지가 없거나 극히 미미한 경우에는 부당한 이익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대방에게 우리의 소송 전략을 노출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고 이유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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