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직자의 민간기업 취업 제한이 강화되면서 과천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공정사회 추진회의'에서 전관예우 금지 방안을 마련했다. 고위 공직자는 1년간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주는 업무를 할 수 없고, 퇴직 후 1년간의 업무활동 내역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대형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으로의 취업도 까다로워졌다.

이 때문에 경제부처 관료들 사이에서는 1급 이상 고위 공무원이 되기 전 민간 기업으로 이직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연봉. 현재 경제관료들의 급여는 민간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경제부처 초임 국장급이 받는 월급은 450~500만원 정도, 서민들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대기업 임원과 비교하면 크게 차이나는 액수다.

기획재정부 모 과장은 "같은 또래의 대기업 임원들을 보면 우리와 월급 차이가 4~5배는 된다"면서 "재정부 'OB(Old Boys, 전직 관료) 모임'에서도 기사가 딸린 고급 차를 모는 대기업 임원들은 자주 나오지만, 40년 가까이 공직 생활을 한 관료들은 좀처럼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경제 관료로서 자부심도 크게 약화됐다. 이들은 과거 한국 경제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어렵사리 준비한 정책들이 정치 논리에 휘말려 번번이 좌초되자 여기저기서 "일 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쏟아진다.

특히 과장급 공무원들의 동요가 심하다. 현행 공무원연금 지급기준을 보면 근속연수 20년이 지나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20년을 채우지 못한 과장들은 좀 더 기다린 뒤 연금을 받을 지, 그 전에 이직할 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과거 금리가 높은 시절에는 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아 은행에 예치해 돈을 굴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실상 '제로금리'인 요즘 상황에서는 연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직을 하고 싶어도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산하기관으로의 이직이 활발한 지식경제부와 달리 재정부는 정부 유관기관이나 산하기관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관료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 기업들의 인식 변화도 이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

한 경제부처 고위관료는 "예전에는 퇴직을 앞두고 1~2년 정도 사외이사나 감사로 근무하면서 노후자금을 마련했지만 전관예우 금지조항 때문에 이러한 일이 불가능하게 됐다"면서 "'관치'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지면서 기업들도 더 이상 관료출신을 우대하지 않게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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