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권력분산 요구 속 분리결정 관심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은행권 지주 회장과 행장 겸직이 줄어드는 가운데, DGB금융그룹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주 회장이 행장까지 겸직해 온 금융그룹 중 DGB금융그룹을 제외한 모든 금융사가 회장과 행장 분리를 단행했거나 추진 중이다.

윤종규 회장 연임이 사실상 결정된 KB금융은 윤 회장이 겸직해 온 KB국민은행장을 회장직과 분리키로 하고 이달 중 구체적인 분리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기는 윤 회장 연임에 대한 확대임원추천위원회 심층인터뷰 이후로 알려졌다.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군에 대한 하마평도 벌써부터 들려오고 있다. 지주 회장 최종면접을 고사했던 김옥찬 KB금융 사장과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은 물론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등이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 물망에 오른 상태다.

지주 회장이 부산은행장을 겸직해 온 BNK금융 역시 회장과 행장직을 분리키로 했다. BNK금융 이사회는 하나금융 부회장 출신 김지완 내정자를 지주 역사상 첫 외부출신 회장으로 선임한 뒤 부산은행장에 빈대인 부산은행장 권한대행을 선택했다.

JB금융에서도 김한 회장이 2014년부터 겸직해 온 광주은행장직을 회장직과 분리했다. JB금융 이사회는 지주 경영에 전념키로 한 김 회장을 대신할 후임자로 내부출신인 송종욱 행장을 선임했다. 

회장과 행장직 분리 열풍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권 교체 이후 커진 우리 사회 내 권력분산 목소리를 이들 금융사 역시 수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회장과 행장 분리 결정이 너무 성급한 것 아니었냐는 지적 또한 나온다.

내부파벌 다툼에 따른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 회장의 행장 겸직이 결정됐던 KB금융은 과거 같은 사례 재발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들이 있다. 

BNK금융의 경우 지방은행의 특성상 회장의 은행장 겸직이 신속한 의사결정 및 조직 안정화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주장이 노조 내부에서 제기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 업계에서는 지주 회장의 행장 겸직 체제가 유일하게 유지되고 있는 DGB금융이 차후 어떤 선택을 할지에도 관심을 기우리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겸직에 부정적인 여론이나 분리를 바라는 정부 의지를 고려한다면 DGB금융 역시 더 이상 겸직 체제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현재 비자금 수사를 받고 있는 박인규 회장의 거취문제가 결정나면 DGB 역시 회장과 행장 분리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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