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유지를 위한 마케팅 때문…결국 전략”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8(왼쪽)’과 애플의 ‘아이폰X’ <사진=연합>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8(왼쪽)’과 애플의 ‘아이폰X’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유성현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이번 하반기 소비자들을 공략할 프리미엄폰 ‘갤럭시 노트8’과 ‘아이폰8’·‘아이폰X’를 나란히 선보였다. 공통점은 양사 모두 128GB(기가)를 빼고 64GB와 256GB 모델만 출시한 점이다.

최근 애플리케이션(앱) 용량이 커지고 소비자들이 동영상과 게임 등 멀티미디어 이용 비중이 높아지면서 64기가는 여유롭지 않은 용량이 됐다. 256기가는 용량은 크지만 가격이 비싸 그 중간인 128기가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애플이 출시한 이번 모델에 128기가가 없다. 이에 대해 업계는 마케팅 전략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13일 노근창 현대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양사가 128기가 모델을 내놓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마케팅 때문”이라며 “비싼 제품을 사고 싶으면 256기가를 사고 싼 제품을 사고 싶으면 64기가를 구입하라는 의미”이라고 말했다.

이어 “128기가 모델이 없는 이유는 원자재 수급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며 “64기가 용량의 모델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256기가 모델을 밀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128기가 모델 하나에 사람을 몰리게 하는 것보다 아예 64기가와 256기가 모델로 나눠 양쪽에서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리게 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도 “‘128기가 모델이냐’와 ‘256기가 모델이냐’는 결국 회사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5%로 낮아졌다. 이는 프리미엄 시장보다 신흥시장의 저가 스마트폰에만 수요가 있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애플은 (마진이 안 돼) 그 시장을 공략할 수 없기 때문에 프리미엄 영역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이미 포화 상태여서 물량도 늘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매출을 유지시켜야 하는데 그러면 제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용량을 늘리는 부분에서 가격도 올라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28기가와 256기가 용량의 차이를 소비자는 체감으로 잘 느끼지 못한다”며 “둘 다 용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결국은 가격 정책상 그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LG전자와 샤오미는 최근 각각 ‘V30’과 미 믹스(Mi Mix)2’의 128기가 모델을 출시했다. 이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64기가도 이제는 충분하지 않다”며 “용량이 모자른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활용을 많이 한다고 가정한다면 64기가도 약간의 여유가 있는 것뿐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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