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롯데와 현대중공업, 이랜드 등 주요 대기업들이 지주사 전환 작업에 돌입했다. 사업 재편이나 지배력 강화 등 자발적인 목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너 형제 간 분쟁이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 회피 등으로 인한 비판을 해소하려는 목적도 있다. 현대중공업과 이랜드가 전자라면 롯데와 한화S&C는 후자에 속한다. 또 현대자동그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순환출자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편집자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사진=연합>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 <사진=연합>

롯데·한화, 비판 여론·제재 피해 지주사 전환
현대重·이랜드는 지배력 강화·재정난 해소 목적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지난 2015년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치열해지고 수천억원대 배임·횡령 사건으로 비난 여론이 극심해지자 롯데그룹이 내놓은 경영 투명화 조치 중 하나다.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롯데그룹 주요 4개 계열사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지주사 전환을 위한 회사 분할 및 분할합병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임시주총이다. 이번 임시주총에 따라 10월 초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공식 출범한다.

이번 지주사 전환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다. 롯데는 지난 2015년 기준 순환출자 고리가 416개에 달했다. 당시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순환 출자 고리가 각각 10개 6개였던 점과 비교하면 무척 많은 숫자다.

또 당시 롯데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웠으며 이 과정에서 L투자회사와 광윤사 등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부에 있는 회사가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오너 일가의 비리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신동빈 회장은 2천25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으며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70억원대 횡령·뒷돈 수수 혐의를 받고 있었다.

한화S&C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한 사례다. 한화S&C는 스틱인베스트먼트에서 운용하는 스틱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컨소시엄에 IT사업부문 지분 44.6%를 2천500억원에 매각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한화S&C는 올 10월 중 회사를 투자부분과 사업부문으로 물적분할하며 스틱컨소시엄은 분할된 사업부문의 지분을 인수하게 된다. 한화S&C는 한화 지분 2.19%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S&C의 이번 지분 매각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 차원이다.

전산시스템통합업체(SI)인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 2013년 55.3%에서 2014년 52.6%, 2015년 53.3%였으나 지난해는 67.6%로 급증했다. 금액으로는 2천461억원에 달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5년 한화증권으로부터 한화S&C와의 거래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너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경우다.

현대로보틱스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분율이 기존 10.2%에서 25.8%로 증가했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정몽준 이사장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등의 주식 등으로 1조2천114억원을 현물 출자해 현대로보틱스 신주 297만9천567주를 배정받았다.

앞서 현대로보틱스는 지난달 12일부터 31일까지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주주를 대상으로 주식 공개매수 청약을 받았다. 청약 배정 물량은 총 424만6천196주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정 이사장→현대로보틱스(지주회사)→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현대오일뱅크·현대글로벌서비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구축을 완료했다.

이랜드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하며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17일 사모투자펀드 MBK파트너스에 모던하우스를 매각했다.

모던하우스 매각대금은 7천130억원으로 이랜드그룹의 1년치 현금영업이익(EBITDA)과 맞먹는다.

모던하우스 매각 자금이 들어오면서 지난 2014년 400%까지 치솟았던 이랜드그룹의 부채비율은 20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레저, 패션, 유통 일부 사업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이랜드월드 내 패션사업부문을 별도법인화시켜 계열사로 만들고 이랜드월드 손자회사 이랜드파크를 자회사로 승격시켜 지주사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도 논의되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1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순환출자 해소를 서둘러야 한다고 현대차그룹에 이야기하고 있다”며 “나도 현대차그룹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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