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매각가격 조정 회의 돌연 연기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금호타이어 매각전이 채권단의 갑작스런 회의 연기로 안갯속에 빠졌다.

당초 22일 오후 열릴 예정이던 채권단 회의에서는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가격을 종전 9천550억원에서 8천억원으로 내리는 안건이 상정되고 통과도 유력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상표권 사용료 보전방안 조건을 확정짓지 못하면서 회의가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선매수청구권 부활을 통해 반전을 꾀하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전략도 당분간 지연되게 됐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날 “매각가격 인하 여부를 논의할 채권단 회의를 이번주 안으로 개최할 예정”이라며 “내일 할 수도 있지만 확정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으로 구성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현재 보유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은 42.01%(6천636만8천844주)다.

채권단은 지난 3월 중국의 타이어회사인 더블스타와 지분 매각 본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가격은 9천549억원이다.

박삼구 회장은 채권단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근거로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했으나 컨소시엄을 통한 경영권 획득이 불가능해지자 포기했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는 더블스타가 요구한 금호타이어 매각가격 인하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의 실적이 나빠졌다며 매각가격을 종전 9천550억원에서 8천억원으로 16.2%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507억원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더블스타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각이 무산되면 다음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1조3천억원 상당의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져 최악의 경우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까지 갈 수 있는 탓이다.

매각가격 인하는 박삼구 회장의 우선매수권 부활을 의미한다. 매각 조건이 달라진 것이라 우선매수권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매각조건이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매수청구권도 부활한다”며 “매각금액이 내려가면 채권단의 통보를 받은 뒤 한 달 안에 행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허용과 상표권 사용조건을 둘러싼 채권단과의 갈등에서 한발 물러선 박 회장에게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 수 있는 유용한 카드다.

하지만 채권단 회의가 연기되면서 박 회장의 반전 카드는 되살아나지 못하게 됐다.

채권단이 회의를 연기한 것은 상표권 사용조건을 확정짓지 못한 탓으로 전해진다.

채권단과 금호그룹은 더블스타의 ‘금호’ 상표권 사용조건을 두고 협상을 벌인 끝에 ‘사용 요율 0.5%, 사용 기간 20년’으로 결론내렸다.

채권단은 또 당초 더블스타가 요구했던 요율과의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보전금액은 최대 2천700억원 가량이다.

여기에 매각가격이 내려가면 채권단은 최초 본계약 체결 때보다 3천200억원 상당이나 적은 금액에 지분을 파는 셈이다.

또 채권단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까지 허용하면 금호타이어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남아있을 가능성도 높다.

박 회장은 지난 2월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 이미 확보한 재무적 투자자(FI) 외에 전략적 투자자(SI)를 찾으려고 한다”며 “도와주려는 곳이 여럿 있는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아직 매각가격 인하나 컨소시엄 허용이 결정되지 않았다”며 “채권단의 공식 통보를 받으면 우선매수권 사용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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