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매각·사업 재편으로 분리 경영 강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사진=연합뉴스>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사촌 지간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사업 재편과 지분 매각 등으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해 초 SK네트웍스 회장에 취임한 이후 최태원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고 있으며 최태원 회장 측은 SK네트웍스가 이미 하고 있거나 포기한 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유류제품 도매 판매(Wholesale)사업을 올 10월 31일 SK에너지에 매각한다. 매각금액은 3천15억원이다. SK에너지는 최태원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의 손자회사다.

SK네트웍스는 10월 말까지 가맹주유소 2천260개의 판매망과 인력, 사업 관련 자산과 부채 등을 SK에너지에 양도할 계획이다. SK네트웍스는 매각 후 유류 도매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SK에너지는 제품을 주유소에 직접 공급할 수 있어 유통 비용을 낮추게 되고 SK네트웍스는 신사업에 투자할 자금이 생긴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3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최신원 회장이 취임한 이후 사업 재편에 집중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 취임 2개월 뒤인 작년 5월 면세점사업에서 손을 뗐고 지난해 11월에는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했다. 올해 2월에는 패션사업부문을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인 한섬에 넘겼다.

최신원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계열사들의 지분을 팔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달 12일 보유하던 SK 주식 4천주를 매도했다. 이날 종가(26만7천500원)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10억7천만원 상당이다. 이로써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1천주로 줄어들었다.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지분율이다.

최신원 회장은 앞선 지난달 5일에는 SK하이닉스 주식 전부(1만1000주)를, 7일에는 SK텔레콤 주식 전량을(1천67주) 각각 팔았으며 지난 6월에는 SKC 지분 전량(59만4천543주)을 처분했다. 올 1월에는 SK머티리얼즈 지분 5천주와 SK 주식 3천129주를 매각했다.

최신원 회장은 또 SK그룹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故) 최종권 회장을 언급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사에서 “SK그룹 모태기업의 일원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스스로 가치를 높게 인식하면서 회사의 가치를 높이자”고 말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임직원들과 해병대 캠프에 참가하며 “‘안 되면 되게 하라’는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과 해병대의 정신은 도전과 극기를 추구하는 점에서 유사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창업주의 아들이라는 정통성을 강조하며 최태원 회장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신원 회장의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케미칼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

SK케미칼은 지난 6월 이사회를 개최하고 SK케미칼 홀딩스(가칭)와 SK케미칼 사업회사(가칭)로 조직을 분할하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 지난 1969년 회사 설립 이후 48년 만에 지주회사 전환이다.

반면 최태원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SK 계열사들은 SK네트웍스와 SK케미칼과 겹치거나 중단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우선 SK는 제약·바이오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SK케미칼과 겹치는 분야다.

SK는 지난해 2월 SK바이오텍의 지분 100%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글로벌 바이오·제약시장 선도업체가 되기 위해 SK바이오텍의 의약품사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SK 자회사 편입 이후 SK바이오텍은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세종시 명학일반산업단지에 의약품공장 신축을 시작했으며 지난 6월에는 아일랜드 스워즈에 위치한 BMS의 원료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했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설비를 통째로 인수한 첫 사례다.

SK는 SK네트웍스가 접은 패션사업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SK는 지난 2월 열린 이사회에서 ‘글로벌 패션 브랜드 투자'에 대한 안건을 보고했다. 북미와 유럽 지역의 유명 브랜드를 후보로 올려놓고 투자 가치를 따져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적극적으로 사업을 살펴볼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계열 분리가 되려면 지분 정리가 필요한데 현재 SK가 SK네트웍스 지분 39.14%를 보유하고 있다”며 “구조상 계열 분리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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