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공식 언급 없이 폐지 수순 밟아

지난해 12월 12일 금융노조 노조원들이 금융위원회 앞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규탄대회를 가지고 있는 모습.
지난해 12월 12일 금융노조 노조원들이 금융위원회 앞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 규탄대회를 가지고 있는 모습.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내년부터 성과연봉제 실시를 준비해오던 시중은행들이 계획 철회를 모색 중이다. 새 정부 차원의 성과연봉제 폐지 움직임 속 은행들 역시 정부 시책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법원의 무효 판결 관련 여타 시중은행들 또한 성과연봉제 도입 철회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은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가 제기한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건 관련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5월 기업은행 이사회가 노조 동의 없이 기존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취업규칙 규정 변경에 대해 “노동자에게 불이익한 조치였다”며 무효 판결을 내린 것이다.

기업은행은 9월 열리는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폐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연내 폐기를 공식화한 상태다. 노조와의 합의 없이 강행 도입된 성과연봉제가 직장 내 차별 조장 및 노동자 권익 보호에 위배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에선 노사 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의 경우 제도 유지 내지 폐지를 자율 판단에 맡기겠다고 밝혔으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 공기업은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폐지를 이미 결정했다.

공공기관들이 제도 도입 및 시행 1년 만에 성과연봉제 폐지 수순에 돌입하자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 역시 내년으로 예정된 제도 실시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노조 반대에도 불구 성과연봉제 도입 및 실시 강행을 예고한 뒤 그에 따른 잡음도 상당했기에 이들 은행들 또한 제도 폐지를 내심 반기는 모습이다.

모 은행 관계자는 “증권과 달리 은행 업무의 경우 개인성과의 개량 측정이 어려운 부분이 많았음에도 정부 압박에 제도 도입이 결정된 측면이 없지 않다”며 “성과에 따른 새로운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게 더 나을 것으로 본다”고도 답했다.

그러나 이번 성과연봉제 도입 및 폐지를 두고선 ‘관치금융의 폐해를 보여준 사안’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정부 의지에 따라 제도가 도입되고 또 쉽게 폐지되는 게 옳은 흐름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의 근본적 원인이었던 노동개혁 관련 “일방적인 제도 폐지로 인해 노동개혁이 더 요원해 졌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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