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관계자 “오너 없는데 대규모 투자 가능하겠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삼성그룹이 오너인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대규모 투자가 보류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7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 등을 적용해 12년을 구형한데 대한 반응이다.

삼성그룹 주요 관계자는 “만약 이 부회장이 자리를 오래 비우게 될 경우 앞서 밝혔던 대규모 투자는 펜딩(보류)될 것”이라며 “이미 진행 중인 투자는 문제가 없겠지만 결정권자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겠느냐”고 8일 밝혔다.

지난달 삼성그룹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증설 등에 37조원 이상의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 계획 중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제외하고는 투자를 진행하기에 불분명해졌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25일로 예정된 법원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지만 검찰 구형이 기존 재계 총수에 내려진 구형에 비해 높다는 점에서 그룹 내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벌총수 가운데 검찰이 가장 높은 구형량을 제시했던 총수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다. 2006년 검찰은 1심에서 20조원대 분식회계와 10조원 규모의 사기대출 혐의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15년과 추징금 23조원을 구형했다.

김 회장에 이어 검찰로부터 높은 구형을 받은 재벌 총수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다. 김 회장은 2012년 배임혐의 등으로 징역 9년과 추징금 1천500억원을 구형받았다. 이어 이건희 삼성 회장은 징역 7년에 벌금 3천500억원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징역 6년을 받았다. 또 검찰은 이재현 CJ 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6년과 벌금 1천100억원을, 최태원 SK 회장에게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대부분의 재벌 총수가 재판부 선고에서 검찰 구형량의 절반을 밑도는 실형을 받거나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최근 검찰 구형에 준해 실형을 선고하고 있는 점에서 삼성그룹 내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실제 최태원 회장은 재판부가 검찰이 구형했던 4년형을 동일하게 선고하면서 법정구속 됐다.

이 점에서 삼성그룹 내부적으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구형과 관련해서는 할 얘기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재계는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형량이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반응과 함께 25일 재판부 선고에서 형량이 어떻게 나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이 부회장 건과 비교되는 지난 2007년 ‘삼성비자금 사건’ 당시 이건희 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형량이 징역 7년에 벌금 3천500억원이었다는 점에서다.

대기업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형량이 예상보다 높아 놀랍다”며 “법원에서 어떻게 선고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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