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자본 규모 매력 낮고 가격 메리트 부재로 매각 난항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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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SK그룹의 유일한 금융 계열사인 SK증권의 매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SK그룹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오는 8월까지 SK증권을 품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만큼 매각 과정은 큰 이변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잇단 고배를 마신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아쉬움과 부러움의 입맛을 다시는 모습이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증권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케이프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케이프컨소시엄은 케이프투자증권과 케이프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됐다.

SK그룹은 케이프컨소시엄 선정 이유로 임직원 고용 안정과 SK증권을 성장·발전시킬 의지,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심사 통과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이사회 승인을 거쳐 내달 케이프컨소시엄과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으면 매각 절차가 마무리되며 SK증권은 25년만에 SK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된다.

SK증권의 매각은 지난 6월 SK그룹이 SK증권 지분 전량에 대한 공개 매각 추진을 공식 발표한 이후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이는 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상 SK증권 대주주인 SK그룹이 지분처분 유예기간이 만료되는 내달 2일까지 매각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입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SK증권의 매각 진행소식이 전해지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다른 중소형 증권사에 우려의 시선이 쏠린다.

금융당국 주도하에 대형 증권사 위주로 재편되는 시장 환경 등 다양한 요인으로 지난해부터 많은 중소형 증권사 매물이 쏟아져 나왔으나 지지부진한 전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올해 초부터 최대주주 보유 지분 매각을 위한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매각 추진 사실을 공식화했지만 상반기가 끝나가는 현 시점까지도 고배만 마시고 있다.

지난 3월 진행된 이베스트증권 본입찰에서 ‘러시앤캐시’와 ‘미즈사랑’으로 잘 알려진 아프로그룹이 가장 높은 인수가를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기도 했으나 본계약 체결 직전 세부협력 단계에서 무산됐다.

이베스트증권은 “금융 환경 등을 고려해 매각 절차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며 “추후 매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베스트증권 인수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아프로그룹의 후퇴에 업계는 장기간 매각이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각을 시도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도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SK그룹과 마찬가지로 하이투자증권의 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은 공정거래법에 의해 보유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 지분을 유예기간인 2년 안에 매각해야 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예상후보조차 없는 상황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13일 “하이투자증권 지분 매각을 위한 본입찰 사전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공시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중소형 증권사 매물이 나와 있지만 피인수 대상들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이들을 흡수할만한 대형 증권사들은 초대형투자은행(IB)을 위해 이미 몸집을 다 키운 상태며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한 증권사에게도 중소형 중권사는 자기자본 규모와 특화 사업 부분에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 보다는 금융권 신규 진출 혹은 종합금융사로의 도약을 꿈꾸는 타 업권 기업들이 그나마 인수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가격협상 결렬, 금융당국 불허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며 “매각을 위해선 가격이나 사업 비전 등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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