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 규모 7조5천억…아직 뚜렷한 치료제 없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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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파킨슨병·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두 질환의 치료제 시장 규모가 7조5천억원에 이르지만 아직 독보적인 약물이 없어 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이윤이 기대되는 탓으로 풀이된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파킨슨병 천연물신약 ‘DA-9805’의 임상 2상 계획을 승인받았다”고 19일 밝혔다.

동아에스티의 이번 임상 2상 승인은 1상을 건너뛴 것이다. 미국 FDA는 천연물 원료의 안전성이 입증된 경우 2상부터 시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DA-9805는 목단피와 시호, 백지 등 천연성분을 이용한 약물이다.

이에 따라 동아에스티는 임상 1상에 소요할 2~3년을 단축하게 됐다.

일동제약은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임상 2상을 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중앙대병원, 건국대병원 등 14개 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신약 ‘ID1201’의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ID1201은 멀구슬나무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의 치료제다. 치매의 주요 발병 원인을 억제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D1201은 시험관 시험과 동물시험에서 치매의 다양한 원인들을 차단해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동제약은 임상 결과에 따라 해외 임상시험 등 글로벌 신약개발 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다. 앞서 일동제약은 ID1201에 대한 국내 특허 및 중국, 유럽 특허 등록을 마치며 해외 진출 기반을 다졌다.

보령제약은 패치형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보령제약은 지난해부터 도네페질 패치형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도네페질은 알츠하이머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다. 현재는 먹는 약으로 출시돼 있다.

도네페질은 지난 2015년 국내에서 약 1천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세계시장 규모는 1조8천억원에 육박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국내 임상 1상을 준비 중”이라며 “국내 임상을 완료한 후 글로벌 임상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통해 지금까지 근본적 치료 약물이 없는 파킨슨병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14일 밝혔다.

한미약품은 바이오신약 후보 물질이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어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9일부터 1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샌디에고에서 열린 제77회 미국 당뇨병학회(ADA)에 참가해 신규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인 ‘LAPSTriple Agonist’(HM15211)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이 학회에서 “파킨슨병 동물 모델에 LAPSTriple Agonist를 투여한 결과 신경보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근본적 치료제가 없는 파킨슨병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이 입증된 셈이다.

제약사들이 이처럼 파킨슨병·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이 분야의 시장 규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세계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기준으로 36억달러(약 4조원)며 2022년에는 53억달러(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2015년 기준 31억달러(약 3조5천억원)로 2024년에는 126억달러(약 14조원) 상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건 ‘치매 국가책임제’가 내년부터 시행돼 제약사들이 안정적인 매출처를 확보할 가능성이 열렸다.

치매 국가책임제는 치매지원센터 확대 설치와 치매 검진·조기 발견 지원, 의료·복지·돌봄·요양 서비스 제공, 치매안심병원 설립, 치매 책임병원 지정,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 등의 방안이 담겼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등 치매 관련 치료제는 증상 환화제만 있고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다”며 “인구 고령화에 저출산이 맞물리면서 치매는 인류에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어 제약사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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