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피해 유사사례 방지 vs 모럴헤저드 우려

▲ 생명보험사의 사고보험금 청구서 양식.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 생명보험사의 사고보험금 청구서 양식. 본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음.

[현대경제신문 김자혜 기자]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되는 방안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연장으로 소비자 권익이 확대되는 한편 업계는 경제적 부담 및 모럴헤저드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인사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사전 답변서를 통해 “보험금 청구기간을 일반상사채권의 소멸시효인 5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17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됨에 따라 앞으로 '보험금 청구소멸시효'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험금 청구소멸시효 연장은 지난해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재원 의원이 지난해 말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상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으며, 올해 1월과 2월에는 각각 김해영 의원, 민병두 의원이 관련 내용을 추가해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 법률안 발의가 이어진 것은 지난해 자살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일부 보험계약자들이 보험청구 관련 피해 사례가 발생한데 따른 유사상황 예방 조치로 풀이된다.

교보·한화·삼성생명 등 보험 3사는 지난해 5월,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던 것에 대해 약관에 적힌 대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지자 당시 2년이었던 보험금 소멸시효를 앞세워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이에 반발한 금융당국은 중징계 조치를 내렸고 해당 보험사들은 뒤늦게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을 내리며 사건을 일단락 한 바 있다.

지난 1월 법안 발의 당시 김해영 의원은 “본 개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보험금을 지급받는 시점에서 어떤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어 발생한 자살보험금 같은 피해사례를 막는 등 소비자 권익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보험금 청구 기간 연장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현행 3년에 2년을 더하게 되면 최대 4년 11개월 전의 사고를 조사할 가능성까지도 생긴다”며 “무엇보다 보험가입자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가 우려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 가입자가 일부러 늦게 청구해 손해조사를 피할 가능성도 있는데다 연장에 따른 보험사의 조사량, 업무량, 인력투입량도 늘어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보험전문기관에서도 소멸시효 기간 연장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냈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 독일은 보험금청구권 소멸기간이 3년이고 프랑스의 경우 2년으로 해외 입법례를 봐도 3년의 소멸시효 기간이 짧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미 지난 2014년 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돼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 기간을 연장하는 문제는 장기적으로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통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멸기간 제도 존재 자체는 인정하면서 실질적 소비자 권리행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나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비교 검토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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