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은행 실적이 그룹 전체 명암 좌우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은행업에 집중해 온 금융사들이 비(非)은행 계열사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업종 간 협력이 늘고 새로운 시장 발굴이 중요해짐에 따라 찾아온 변화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비은행 부문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은행 외 계열사 실적이 그룹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업종 간 협력 사례가 늘며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신한금융에 9년간 내준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최근 되찾아 오는데 성공했다. 윤종규 회장 취임 후 현대증권(현 KB증권)과 LIG손해보험(현 KB손보) 등을 잇따라 인수한 뒤 이들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개선된 영향 덕분이다.

1위 자리를 내준 신한금융의 경우 비은행 계열사 실적 대부분이 신한카드에 집중된 가운데 여타 비은행 계열사들의 성장이 더뎌 업계 1위 자리마저 KB에 내주고 말았다.

현재 양사는 향후 더욱 치열해진 리딩금융그룹 자리 경쟁을 앞두고 비은행 계열사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KB금융은 KB손보와 KB카드, KB증권 등 업계 중·상위권에 자리한 계열사들이 두루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데, 이 같은 기조를 향후로도 꾸준히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 증권과 은행 간 업무협조를 더욱 공고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에 집중된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신한금융투자와 신한생명 등의 성장을 도모할 방침이다. 다만, KB의 사례처럼 타 업체 인수합병을 통한 외적 성장보다는 각 업종별 특색에 맞는 육성 방식을 찾고 그룹의 큰 틀에서 이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룹 전체 순익 중 은행 비중이 90%를 웃도는 하나금융지주 또한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에 매진 중이다. 신한과 KB의 경우 그룹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 비중이 50%에서 70% 선이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전체 순이익에서 비은행 계열사 비중을 3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으로, 지난달 초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비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전략 컨설팅을 의뢰하기도 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일단은 자체역량 증진에 경영전략의 방점을 두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 인수합병 역시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지주사 체제로 재전환을 구상 중인 우리은행의 경우 예보 보유 우리은행 지분 매각과 완전 민영화 후 지주사 전환 작업까지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비은행 계열사 늘리기에 나설 방침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아주캐피탈·아주저축은행 인수에도 직접 인수가 아닌 사모펀드 투자 방식을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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