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도래, 은행도 변신 중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기존 산업과 정보통신(IT)기술의 융합 그리고 초(超)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사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오랜 역사를 가진 종이통장의 발행 중단이 예정돼 있으며, 일반 점포 축소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아 앞서가는 은행이 될지 아니면 도태돼 사라질지가 지금의 준비로 판가름 날 것이란 관측 속 은행권의 변신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T)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돼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일컫는다.

금융권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여러 다양한 변화의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PC 및 모바일 등 비대면 접촉이 크게 늘어난 것을 시작으로 주요 금융기관에서는 고객 관리용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비대면 채널으로만 운용되는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영업에 들어갔다.

반면 대면 채널의 경우 전반적인 서비스 축소가 눈에 띄고 있다. 일단 이용실적이 적은 시내 영업점 위주로 점포 통폐합 작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씨티은행의 경우 연내 시내 점포 80% 폐점이란 극단적인 계획까지 밝힌 상태다.

그리고 얼마 뒤부터는 은행 거래의 상징과도 같던 종이통장의 신규 발행이 중단된다. 여전히 온라인보다 종이통장 거래를 선호하는 중장년층에 대한 ‘상대적 차별’ 지적이 있으나,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서비스 강화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비대면 채널 고객층이 폭발적으로 늘자 각 은행에서는 저마다의 특성을 살린 비대면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하며 신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 최초 현금자동화기기(ATM)를 도입하는 등 국내 금융사 중 유독 최초 타이틀이 많은 곳으로, 인터넷뱅킹과 관련해서도 생체인증 기반 비대면 실명확인을 업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의 최대 관건 중 하나인 본인인증과 개인정보보호 측면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6월 생활금융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Liiv(리브)’를 출시, 11개월여 만에 가입고객 200만 명을 돌파했다. 리브는 일상생활 속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 밀착형 플랫폼이다. 개인고객 비중이 높은 국민은행의 장점을 살린 비대면 서비스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에서는 비대면 서비스 관련 부동산서비스 시스템을 재정비 하는 등 자산관리 서비스 품질 향상에 노력 중이다. 이를 위해 부동산서비스 플랫폼을 위비 플랫폼에 재정비해 실효성을 높이고, 부동산투자지원센터를 확대했다.

하나은행은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은행거래를 시작할 수 있도록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최근 업그레이드 했다. 각종 동의절차를 간소화하고 개인사업자로 이용대상을 확대한 것은 물론 가입가능 예·적금 상품 확대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농협은행에서도 비대면서비스 관련 영업점 방문을 최소화하기 위한 스마트 대출상품 개발 계획을 밝혔다. 영업점 방문 자체가 필요 없는 대출상품은 물론 1회 방문으로 대출이 마무리되는 상품 등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서비스 간편화도 추진

 
 

최근 들어선 비대면 채널 가입자 수 단순 증가보다는 이미 가입한 고객들의 이용실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서비스 개편도 눈에 띄고 있다. 중복된 서비스와 상품을 정리하고 단순화를 추구, 고객 편의성 제고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국민은행은 모바일 플랫폼인 KB스타뱅킹 내 일부 메뉴 삭제를 공지했다. 락스타 블로그나 KB굿잡, 전자책(E-Book), 나라사랑서비스 메뉴를 KB스타뱅킹 내에서 삭제하고 각각의 사이트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모바일 플랫폼 화면 간소화가 고객 접근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은행은 지난달 초 ‘KB황금알을 낳는 적금’, ‘드림톡’, ‘KB말하는 적금’ 등 비대면 상품 일부의 판매 중단도 단행했다. 비슷한 성격의 금융상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혼선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신한은행 역시 어플리케이션 정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한S뱅크와 써니뱅크앱으로 양분돼 있던 모바일 플랫폼을 통합하고, 사용빈도가 적은 어플리케이션 및 일부 모바일 기능을 차례로 합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고객 성향 분석 및 관리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점포 폐점은 현재진행형

 
 

비대면 접점 증가와 대면 채널 이용객 감소는 시중은행의 시내 점포 축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신한·국민·하나·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점포는 4392곳으로 2015년 대비 172곳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도 75개 영업점이 문을 닫았다. 2012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점포 운영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영업점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찾아온 변화다.

점포 수 감소와 함께 임직원 수 역시 빠르게 줄고 있다. 올해 1분기 시중은행 총 임직원 수는 6만7천627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3천여 명 줄었다. 과거 영업점 당 30여명의 직원들이 필요했던 것과 달리 비대면 채널 확대의 영향으로 지점 당 필요인력이 1/3 수준으로 떨어지자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단행한 탓이다.

그에 따른 반발 또한 자연스레 커지고 있다. 10월까지 시중 점포의 80% 폐점을 결정한 씨티은행의 경우 점포 페점이 강제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노조 반발 속 양측간 법정 소송전까지 펼쳐지고 있다.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들 중심으로는 “은행들이 고객 자산가 대상의 PB영업점이나 보험 및 증권 영업점 등과 결합된 통합점포에 대해선 영업력 강화 및 점포 수 증대를 계획 중”이라며 “결국 돈이 되는 고객에 대해선 오프라인 영업력 강화를 돈 안되는 고객은 온라인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의 경우 구조적·영업적 한계 탓에 점포 축소와 희망퇴직 등을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전체 점포의 57%가 비수도권에 있고 농업인 대출 등이 많은 농협은행이나, 점포의 80% 가량이 산업단지에 위치한 기업은행 모두 비용절감 차감의 영업점 축소가 어려운 상황이다.

 
 

종이통장 발행 중단

금융권 대면 채널의 영향력 축소는 은행 거래에 있어 상징과도 같던 종이통장의 발행 중단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5년 종이통장의 단계적 폐지 계획을 밝혔고, 오는 9월부터 종이통장의 신규 발행이 원척 중단키로 했다. 1887년 한성은행의 종이통장 발행을 시작으로 120년 간 이어져 온 우리나라 종이통장의 역사가 종식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한 때 종이통장은 은행거래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으나, 온라인 및 모바일 금융거래가 증가할수록 사용빈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애초에 종이통장을 발급받지 않는 고객 수도 늘고 있는데, 신한은행 기준 2012년 18.8%였던 통장 미발급 고객은 지난해 33.2%까지 올라갔다.

종이통장 발행에 따른 은행과 고객 부담이 적지 않은 것 또한 무시 못 할 부분이다. 은행에서 종이통장 한 개를 발행할 때 드는 제작비는 300원 내외지만, 인건비·관리비까지 포함할 경우 5천원에서 1만8천원가량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 분실과 훼손 인감변경 등으로 통장을 재발행하는 고객들이 지불하는 수수료도 매년 60억원에 달한다.

무통장 금융거래 활성화는 무분별하게 방치돼 장기 미사용 중인 계좌의 순차정리를 가능케 할 뿐 아니라,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대포통장’ 감소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종이통장 발행 중단이 우리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영국은 2000년대부터 종이통장을 신규 발행하지 않고 있다. 중국 역시 2010년 이후 고객이 요청할 경우만 종이통장을 발행해 준다.

다만 “종이통장 발행 중단이 온라인 거래 및 무통장 거래의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 이상 고령층에게는 상대적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부 존재한다. 이 같은 주장을 펼치는 이들은 향후 고령의 금융소외층이 양산될 수도 있을 것이라 우려 중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60세 이상 고객에 한해 예외적으로 종이통장 발급을 이어가 혼선을 최소화 할 것이며 이들의 온라인 금융거래 유입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