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부동산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정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여 만이다. 경제전반이 침체국면에서 신음 중이라던 때와는 사뭇 다른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부동산이 우리경제의 아킬레스건 같은 기능을 한지는 벌써 오래전부터다. 부동산경기가 우리경제, 특히 서민경제정도에 맞게 유지되기만 한다면 적당하다. 필요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밸런스를 맞춰 나가기를 당국은 기대한다.

지난 정권의 고민은 정반대였다. 나라경제의 견인차 몫을 하는 부동산 경기가 오랜 침체에서 빠져나오기는커녕 점차 나락으로 추락하기만 했다. 도처에 빈 아파트가 널려있었다.

당시 정부는 수요 진작을 위한 많은 대책을 강구했다. 서민대상 가계대출을 어렵지 않게 해주기도 했다. 도산하는 건설회사가 허다했다. 세금을 감면해주거나 대출만기일을 늦춰주는 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부동산경기가 살아날 기미는 좀체 보이지 않았다.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우울한 소식만 떠돌았다. 입법부의 협조를 얻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소식이 이따금 들리긴 했지만, 결과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에 지나지 않았다.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야당이 반대해서 국회에 상정된 서민경제 관련입법은 늘 물거품이 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단명정권이 물러가고 새 정부가 등지를 틀기 무섭게 경기가 풀릴 거라는 소식도 들렸다. 게다가 청년일자리가 넉넉해 질것이라는 소식에 기대가 부풀기도 했다. 그때부터 부동산경기 상승소식이 들리기 시작했지만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새로 임명된 관련부처 장관이 취임사에서 부동산경기를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을 정도다. 그 정도로 부동산경기가 우리경제를 왜곡시킬 만큼 심각한 수준이었는지 의문부터 들었다. 혹시 부동산하면 무조건 눌러놓고 봐야한다는 ‘한국적사고방식’을 답습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정권이 새로 들어설 무렵이면 잠시 경제적 기대치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나쁘다던 경기가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안팎이 달라질 수 있겠는가 싶을 정도다. 청년일자리가 엄청 늘어나고, 공무원이 대폭 증원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에도 취업문이 커진다는 뉴스가 기대치를 한층 높이고는 있다.

자본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오래간 만에 보는 현상이다. 중장기적으로 우리경제에 대한 신뢰도에 따라 주식 값이 등락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 많은 애널리스트의 분석과 전망보다는 외국인 손 따라 사고파는 개미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경제에 대한 내국인의 평가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뭔가 불안하고, 믿음성이 부족하다는 내면적 이중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구심이 실물경제의 표피만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작 중장기적 경제발전에 보탬이 되는 자본투자나 실물거래에는 신뢰를 걸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당장 가계부채가 우리경제의 뇌관으로 작용될지 모른다는 경고도 있다. 가계부체 위험가구가 지난 1년 사이에 17만가구나 늘어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고위험가구도 약 2만 가구가 증가했다.

부동산이 들썩이고, 주식 값이 치솟아도 서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새 정부의 경제현주소는 아닐 것이다. 그러면서도 뭐가 부족한 면면이 보인다는 착시현상(?)은 일시적 편견 때문이기를 기대한다.

분명하지 못한 그 무엇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우선 경제를 떠받드는 안보문제, 시장경제원리에 맞기지 못하는 기업정책 등등이 신뢰도를 깎아먹는 것은 아닌지 살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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