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두달 째 금융위원장 수협은행장 예보사장 인선 '깜깜 무소식'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진표 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진표 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문재인 정부의 ‘금융홀대론’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새 금융당국 수장 인사가 늦춰지고 있는 것은 물론 대통령의 첫 해외순방길에도 금융계 인사는 전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업계서는 국정의 큰 틀에서 금융 산업 발전 등이 완전 제외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후 솔솔 제기됐던 ‘금융홀대론’이라 최근 들어 ‘금융포기론’으로 번졌다.

금융위원장 인사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요 국정 추진 과제에서도 금융 산업 발전 방향 등이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미 경제사절단에 금융계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 역시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앞서 역대 정권에서는 새 정부 교체기 마다 정부와 보조를 맞춰 금융개혁을 실현할 인물들로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을 교체해 왔다.

이에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 역시 대선 하루 전인 지난 5월 8일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그 후 두 달여가 다 돼가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까지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탓으로 통상 금융위원장과 함께 진행되는 금융감독원장 인선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더욱이 새 정부에서는 청와대 정책실장을 시작으로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경제부처 수장 인선을 일찌감치 마무리 지었으나 유독 금융당국 수장 인선만 늦추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차기 금융위원장 인선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 또한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내지 최종구 현 수출입은행장 등의 하마평이 들려오긴 했으나, 이들의 경우 공식 내정도 하기 전 반대여론에 부딪쳤다.

탄핵과 대선기간 중 전임자 임기가 끝났음에도 후임 인선을 마무리 짓지 못하는 준(準)국책금융기관도 있다.

신경분리 된 후 첫 은행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Sh수협은행과 예보가 대주주인 SGI서울보증보험 등이 수개월째 수장 공백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 이들 금융기관이 차기 인선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이유 역시 금융당국 수장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업 특성과 그동안의 관례에 비춰볼 때 준국책금융기관 수장의 경우 금융당국과 어느 정도 사전교감이 이뤄진 뒤 후보자를 추대해 왔는데, 금융당국 수장 인선이 늦어지며 이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수장 부재로 인해 업계 현안 대처에 있어서도 차질이 발생하는 모습이다.

실제 최근 나온 부동산대책은 금융계 목소리는 빠진 채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중심으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다. 금호타이어 사태와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이 정책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수행 중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활동도 ‘금융홀대론’을 부추기고 있다.

국정위에서 금융 산업 경쟁력 강화 내지 선진화보다 약탈적 금융 감시기능 강화와 실손보험료 인하 등 경제민주화 의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3일 발표된 방미 경제사절단에 금융계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 또한 ‘금융홀대론’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첫 방미 순방길에 어윤대 당시 KB금융지주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첫 미국 방문 때 박병원 전 전국은행연합회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계 유력 인사가 동행한 것과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과거 정부에 비해 금융계에 대한 관심이 적은 듯 보이는 이유에 대해선 정치적인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이 산업에 비해 국민체감도가 떨어지다 보니 이를 후순위로 미룬 것이란 분석이다.

직전 정부였던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혁신 차원이라며 여러 건의 규제완화를 시도하고 성과연봉제 등을 도입했다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민적 반발만 샀던 것 역시 현 정부가 금융선진화 등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이유로 꼽히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존재한다. 이번을 기회로 그동안 이어져 온 관치금융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금융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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