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출신 모피아, 금융개혁 적임자 될 지 의문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사진=수출입은행>
최종구 수출입은행장. <사진=수출입은행>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급부상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재기용 카드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대체자로 최 행장이 거론되는 모습이다. 단, 최 행장 역시 전 정권과 인연이 깊다는 점 등에서 새 정부 금융개혁을 책임질만한 인사로는 보기 힘든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적지 않다.

23일 금융업계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새 금융위원장 후보로 최종구 현 수출입은행장이 떠오르고 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재기용이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그를 대체할 만한 카드로 최 행장 카드가 거론되는 모습으로 업계 반응은 호불호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주요 보직이 거의 다 채워진 가운데 금융정책을 담당할 금융위원장만이 아직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 경제팀에 장하성 정책실장이 내각에는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산업계 감시역할을 담당할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위원장이 각각 선임됐으나, 금융위에는 여전히 전 정부 때 선임된 임종룡 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부의 금융위원장 인선 지연에 대해선 인물 찾기의 어려움 때문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 출범 후 거론됐던 몇몇 금융위원장 후보들이 자체 검증을 넘지 못했다는 소식들이 들려오는가 하면, 애써 고른 후보는 반대여론에 부딪쳐 선임도 하기 전 낙마하는 분위기다.

현 정부는 새로운 금융위원장에 당초 파격전 인사를 검토하다 현재는 안정적이면서도 정부와 소통할 만한 인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게 찾은 차기 금융위원장 1순위 후보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던 김석동 전 위원장이었으나 현재로선 인선이 사실상 물거품이 된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 관련 론스타 ‘먹튀’ 사태의 책임이 있고 금융계에서 척결해야할 대표적 모피아(Mofia, 재정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현 기획재정부 출신 금융계 인사 지칭) 출신 인사라는 점 등에 근거 정치권 및 시민단체가 그의 임명을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의 경우 김동연 부총리의 행시 3기수 선배라는 점 또한 인선불가의 이유로 꼽혔다.

특히 김 전 위원장 재기용과 관련해선 민주당과 정의당 측 반발이 극심했다. 이에 정치권 내에선 정부가 김 전 위원장 인선을 강행하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당이 후보자를 비난하고 야당이 이를 보호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는 것 아니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김 전 위원장을 대체할 카드로 부상한 것이 최종구 행장이다.

업계에서는 최 행장에 대해 전문성과 리더십을 갖췄으며, 조직 장악력 또한 뛰어난 것으로 평가 중이다.

지난 3월 수출입은행장에 오른 직후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에 있어 산업은행과 함께 수출입은행이 채권단의 중추로서 제 역할을 다하도록 이끌어 왔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또한 그는 기획재정부 재직 시절에도 전문성을 갖춘 상사라는 평판을 들어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최 행장 인선에 대해서도 반대여론이 적지 않다. 우선 그가 박근혜 정부 시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까지 지낸 친박 인사라는 점에서 새 정부 금융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오히려 그가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수출입은행장에 선임됐다는 점에서 정부 출범과 함께 물갈이 되야 할 금융계 대표적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그 역시 김석동 전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모피아 출신이라는 점 등이 인선 불가 사유로 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계 내에선 문재인 정부가 산업에 비해 금융 분야를 가벼이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청와대 인사추천위는 28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전 금융위원장 인선을 마무리 지는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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