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 대기업 집단 내부거래 자료 검토 중” 사실상 선전포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오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오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공정위, 사정 칼날 세우면서도 재계 대화채널 열며 유화 정책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사정의 칼날을 세우며 기업을 향한 융단폭격을 예고했다.

경제시민단체 활동 시절 ‘재벌 저격수’로 알려졌던 김상조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공정위의 날카로운 칼날에 프랜차이즈업계부터 대기업까지 바짝 엎드린 모양새다.

공정위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3월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실시하고 현재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앞으로 자료 분석과정에서 법위반 혐의가 발견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집단 규모와 관계없이 직권조사를 통해 철저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기업을 향한 사실상의 선전포고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등 경제적 약자의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정확한 실태파악을 토대로 적극적인 직권조사를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공정위는 치킨 프랜차이즈업계를 향해 사정의 포문을 열었다.

지난 16일 BBQ치킨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인상했던 치킨 가격을 전부 원상복구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BBQ에 대해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갑작스레 내린 결정이다.

공정위는 새 위원장이 취임하자 치킨 가격 인상을 주도한 BBQ치킨에 대한 현장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BBQ 건은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첫 가맹거래법 위반 현장 조사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취임에 앞서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 등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BBQ는 가격인상 철회의 이유로 양계농가 보호와 물가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론 악화와 공정위 조사에 따른 부담에 내린 결정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같은 날 업계 1위 교촌치킨도 치킨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업계 2위 BHC치킨은 한 발 더 나아가 한 달간 가격을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빅3가 공정위 조사에 모두 손을 든 셈이다.

프랜차이즈업계를 향했던 공정위의 칼날은 이틀 뒤 대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정위는 친척이 경영하는 회사를 계열사 명단에서 제외하고 지분 현황을 실제 소유주가 아닌 차명으로 신고한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18일 밝혔다. 김상조 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 발표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대한 제재다.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소속회사·친족·임원현황과 소속회사의 주주현황 등 지정된 자료를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 회장은 200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공정위에 자료를 제출하면서 자신의 친족이 경영하는 7개사를 소속회사 현황에 포함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친척 회사를 계열사로 신고하지 않은 행위가 장기간 계속된 점, 차명신탁 주식 규모가 작지 않은 점, 2010년 유사한 행위로 제재를 받았음에도 위반행위가 반복된 점 등을 들어 고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 들어 공정위가 사정의 칼날을 날카롭게 세우자 기업들은 바짝 엎드리고 있다.

지난 15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그의 세 자녀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던 비상장 계열사 유니컨버스의 지분을 대한항공에 무상증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자 선제적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니컨버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60%가 넘는 곳이다.

공정위는 사정의 칼날을 세우면서도 유화정책도 함께 펴고 있다. 4대 그룹을 비롯한 재계와의 소통을 통해 대기업집단이 사회와 시장이 기대하는 바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나가가도록 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 취임 이후 처음 진행되는 4대그룹 전문 경영인과의 만남은 이달 23일로 예정됐다.

다만 재벌개혁에 대해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전방위 압박이 계속될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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