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컨버스 지분 무상증여한 한진과 대조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한진그룹이 ‘재벌 개혁’을 강조해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자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에 나섰지만 이 문제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한화와 하이트진로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온 뒤 대응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란 동일한 그룹 내의 특정 계열사가 또다른 계열사의 제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해 해당 회사의 매출·수익 증대에 도움을 주는 것을 말한다.

주로 대기업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비상장사가 이 같은 형태로 외형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기업간 공정 경쟁을 막고 오너 일가에게 부당이득을 제공하는 사례가 빈번해 지난 2013년 이를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됐으며 지난 2015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총수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가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줄 때 제재를 받게 된다.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S&C가 일감 몰아주기 수혜를 입었다는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전산시스템통합업체(SI)인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S&C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상태다. 이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 2013년 55.3%에서 2014년 52.6%, 2015년 53.3%였으나 지난해는 67.6%로 급증했다. 금액으로는 2천461억원에 달한다.

한화에너지와 한컴, 한화큐셀코리아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각각 100%와 69.87%, 20%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한화증권으로부터 한화S&C와의 거래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진그룹은 이미 지난해 11월 일감 몰아주기로 공정위에 적발돼 제재를 받았지만 아직 한화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서영이앤티라는 회사로 인해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서영이앤티는 맥주냉각기 제조업체로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과 박문덕 회장의 장남인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 차남인 박재홍씨가 지분 99.91%를 보유하고 있다.

서영이앤티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3년 23.52%에서 2014년 40.12%로 증가했다가 2015년 33.23%로 다시 감소했으며 지난해에는 28.22%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오면 그에 맞춰 내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조사에 대한 한화와 하이트진로그룹의 입장은 한진그룹과 대조된다.

앞선 지난 15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그의 세 자녀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던 비상장 계열사 유니컨버스의 지분을 대한항공에 무상증여하겠다고 밝혔다.

유니컨버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내부거래 비율이 60%가 넘는 곳이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개혁 성향이 강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하자 선제적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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