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장 던진 시중은행, 수성 들어간 농협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대전광역시, 강원도, 충청북도, 전라남도 등 광역자치단체 4곳과 기초자치단체 49곳 등 총 53곳의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조만간 금고 은행 재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수조원대 자금을 굴리는 이들 지자체의 곳간 열쇠를 차지하기 위한 은행들의 영업전쟁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14일 업계 따르면 지난 5월 대전시는 ‘시금고 지정 및 운영 규칙 일부 개정 규칙안’을 입법예고했다. 금고 은행 재선정을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대전을 시작으로 광역과 기초 지자체 50여곳이 올해 중 새로운 금고 은행을 선정할 예정이다.

지자체의 경우 총 예산의 70~90%를 차지하는 일반회계용 1금고와 그 외 특별회계용 2금고를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금고 은행으로 선정될 경우 주거래은행 자격을 부여받아 지방재정 및 지방세 예치, 세금 등 수조원의 예금 자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 내 인지도 상승에 따른 추가 영업기회도 얻을 수 있다.

예금 규모 또한 상당한데 올해 중 새로 금고 은행을 선정할 광역 단체의 1년 예산 살펴봐도 강원도·전라남도 각 6조원, 대전시 5조원, 충청북도 4조원 등 총 21조원에 달한다.

자연스레 지자체 금고 은행 선정을 위한 은행간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자체들의 금고 은행 선정은 다소 형식적으로 이뤄진 경향이 많았다.

금고 선정을 위한 제안서를 은행들이 재출하면 지자체에서는 담당 공무원, 시·도의원, 교수,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열고 최종 대상자를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은 금고의 효율적 관리 측면 보다는 지역 내 거점 수 내지 지역과의 유대관계 등에 더 많은 배점을 적용했고 이에 지점수가 많고 지역민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농협은행 또는 지역은행 등이 비교적 손쉽게 금고 은행에 선정됐다.

그러나 2012년부터는 정부가 투명성 확보차원에서 금고 은행 선정을 공개 입찰로 변경토록 해 금고 선정 과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실적보다 향후 운영 계획에 더 큰 배점이 부여되며 시중은행의 입찰참여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9월말 시행에 들어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도 지자체 금고 은행 유치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고 은행 선정을 위해 각 은행들이 제공했던 공익 목적의 출연금 지원이나 장학금 지급 등이 불가능해 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금고를 맡아 온 기존 은행들에게 유리할 수 있었던 평가 항목의 비중이 더욱 낮아져 경쟁 과열마저 예상되고 있다.

대전시 역시 기존 평가항목인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 협력사업’ 부문의 배점과 평가기준을 개정안을 통해 일부 수정했다. ‘시와 협력사업’은 기존 실적이 아니라 향후 계획만으로 평가하기로 했고 배점은 5점에서 4점으로 낮췄다. 대전시는 또 기존 은행에 유리한 특정 항목에서 순위간 점수 차도 줄였으며, 이는 평가기준을 재설정해야 하는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줄 예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중은행들의 거센 도전에 맞서 금고 은행계의 강자였던 농협은행이 어떤 수성전을 펼칠지에 관심을 기우리고 있다.

한편 지난해 펼쳐졌던 지자체금고 선정에서는 기존 은행들이 대부분 재선택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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