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속 보험사에 유리한 손해사정에 비난 커져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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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보험사의 손해사정법인 설치와 자사 손해사정사를 통한 사정업무 위탁 진행 관행에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험업계의 이 같은 행태 근절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업계 따르면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보험사와 자회사인 손해사정법인간 밀월 관계 청산을 위한 움직임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 자회사인 손해사정법인들이 시장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고, 이들이 가입자보다는 보험사에 유리한 보험료 산정 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자, 새 정부 출범과 함쎄 이를 개혁하기 위한 구체적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고 발생시 계약관계에 따라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할 적정보험금을 산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험금 산출이 필요하기에 업무의 독립성 보장이 특히 중요하다고 평가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국내 보험사 대부분은 생명보험·손해보험 할 것 없이 손해사정법인을 100% 내지 그에 준하는 수준의 자회사로 두고 있다.

삼성생명의 삼성생명서비스손해사정, 한화생명의 한화손해사정, 교보생명의 케이씨에이손해사정, 삼성화재의 삼성화재서비스손해사정과 삼성애니카손해사정, 현대해상의 현대하이카손해사정, 동부화재의 동부씨에이에스손해사정 등이 이에 해당하는 회사들이다.

또한 보험사에서는 각자 보유한 자사 손해사정사를 통해 사정업무의 거의 대부분을 진행해 왔는데 그 비중이 작게는 90%에서 많게는 100%에 이르고 있다. 이에따라 이들 보험사 소속 손해사정사들의 시장 점유율 또한 지난해 기준 80%를 넘어섰으며, 상위 10개사 기준 매출 총액은 8천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문제는 업무 독립성이 보장돼야 할 손해사정사 임에도 일감을 몰아주는 모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보니, 보험 가입자 보다는 보험사에 유리한 사정결과를 자주 내놓고 있고 그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업 특혜 및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활동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보험업계의 이 같은 관행 청산을 위한 개혁 작업을 준비 중이다. 금융당국 역시 보험사와 손해사정사간 부당한 계약 관계 등을 살펴보겠다는 뜻을 이미 내비친 바 있다.

국회 차원에서는 업계 관행 개선을 위한 입법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이 보험계약자들이 손해사정사가 작성한 손해사정서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그동안 손해사정사가 작성한 손해사정 내용은 보험사에게만 공개됐는데, 이를 보험 가입자도 받아 볼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달 31일에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사가 손해사정을 자사에 유리하게 하도록 손해사정사에 강요할 경우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치권 차원의 제재 움직임 관련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행 제도 아래서도 손해사정사들이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을 충분히 받고 있다”며 “절대 보험사에게만 유리한 사정업무가 이뤄지진 않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체계화되지 못한 독립 손해사정사를 고용할 경우 업무 진행 속도만 늦어지고 수수료 부담만 커질 수 있다”며 “소비자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손해사정이 나올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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