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줄줄이 매물 등장에도 전개는 지지부진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금융당국 주도하에 대형 증권사 위주로 재편되는 시장 환경에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들이 녹록치 않은 과정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거나 근거 없이 불거진 인수설, 불확실한 금융당국의 적격심사 통과 여부 등 다양한 이유로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연초 들어 중소형 증권사들이 M&A 시장 매물로 속속 등장한 가운데 업계 순위 지각변동이 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한 전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매각 추진설이 무성했던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달 1월 “최대주주자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며 매각 추진 사실을 인정하고 본격적인 M&A에 나섰다.

당시 LS네트웍스는 자회사인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올해 안에 매각하는데 성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지난 3월 진행된 이베스트증권 본입찰에선 ‘러시앤캐시’와 ‘미즈사랑’으로 잘 알려진 아프로그룹이 가장 높은 인수가를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베스트증권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심사 통과 여부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아프로그룹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아프로그룹 내 헬로우크레디트대부 계열사 편입 여부를 두고 OK저축은행 인수 취소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고 지난 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저축은행 인수요건충족명령을 내린데 따른 영향이 이번 심사 통과여부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또 아프로그룹이 이베스트증권을 인수하는 것은 대부업체의 첫 국내 증권사 인수 사례인 만큼 규제 측면에서도 금융당국의 벽이 높게 작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증권의 경우 때 아닌 인수설이 터지며 뒷수습에 곤혹을 치루고 있다.

SK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금융사 SK증권은 비금융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지분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현행법에 따라 SK그룹의 금융사 지분 처리 기간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M&A 매물로 나왔다.

이와 관련 지난 29일 미래에셋그룹이 SK증권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갑작스레 등장했다. 매각 관련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이날 SK증권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안가 미래에셋대우가 SK증권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 밝히면서 분위기는 전환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30일 “SK증권 인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공시했다.

SK증권도 공시를 통해 “지분 처리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지난 몇 년간 ‘매각 무산’ 고배를 마신 하이투자증권의 매각에도 우려의 시선이 쏠린다.

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부터 하이투자증권 지분 매각을 추진해왔으나 높은 가격 등으로 인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그간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어왔다.

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마감했다. 현재 직원 800여명 중 52명이 희망퇴직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중 재채용된 31명을 제외한 21명이 최종 희망퇴직 대상자로 결정났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하이투자증권이 계획처럼 매각이 여의치 않자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적당한 인수 희망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인력 감축으로 규모를 줄임과 동시에 순이익을 끌어올려내 인수자를 찾겠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매물로 나온 중소형 증권사들은 업황 불황으로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소형사 간의 합종연횡 혹은 대형사의 피인수사가 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인수자 찾기’가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자체적으로 순익을 늘리기 위해 희망퇴직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희망퇴직을 조건으로 제시한 인수희망자가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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