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현대차그룹 등 앞다퉈 정규직 전환 계획 발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일자리 81만개 창출 방안’ 등 협업 과제와 관련한 첫 합동 업무보고 및 토론회에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일자리 81만개 창출 방안’ 등 협업 과제와 관련한 첫 합동 업무보고 및 토론회에서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경총 “획일적 전환 우려”…전경련 등 여타 경제단체 ‘잠잠’

[현대경제신문 차종혁 기자] 대기업이 정부의 정규직 채용 압박에 앞다퉈 정규직 전환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이 사업효율화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나선 모양새나 새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따른 ‘울며 겨자 먹기 식’ 결정이라는 시각도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협력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채용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자본금 460억원 규모의 자회사인 ‘홈앤서비스(가칭)’를 설립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초고속인터넷 및 IPTV(인터넷망을 이용한 양방향텔레비전서비스) 설치·AS(사후서비스) 등의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협력업체 비정규직 5천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 위해 자회사를 설립키로 결정한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홈앤서비스’를 6월초 설립한 후 7월부터 업무위탁 계약이 종료되는 홈센터 직원을 자회사 정규직 구성원으로 채용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추진해왔던 협력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올해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29일 현대기아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기자들에게 “사내하도급 근로자 6천명을 올해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한 계획을 잘 해나가고 있다”며 “현재까지 5천700명을 고용했고 올해 내로 3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직접고용 방식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온 해당 노동조합과 노동계는 대기업의 이같은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새 정부에 발맞춘 기업의 일자리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기업이 앞다퉈 정규직 전환에 나서는 이유는 새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일자리 정책의 골자로 내세운데 따른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후 “대기업의 비정규직 실태를 수시로 살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zero)’ 방침도 대기업에 일자리 관련 방안과 관련한 바로미터로 작용하며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방침에 따라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은 비정규직 3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동참하는 가운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비롯한 경제계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본질에서 벗어난 획일적인 정책’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김영배 경총 부회장은 지난 25일 경총포럼에서 “현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은 정규직·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대·중소기업간 문제”라며 “정규직 전환이라는 사회 분위기를 기회로 모두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이동하려 한다면 중소기업은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고 근로조건을 보호할 필요는 있지만,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의 개별적인 사정을 고려치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된다는 인식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노사문제를 담당하며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다.

한편 그간 노사관계 등 굵직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재계를 대표해 입장을 발표했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조직이 크게 위축된 이후 새 정부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전경련과 함께 노사 이슈에 대한 논평을 꾸준히 내왔던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여타 경제단체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공식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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