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감소·법적다툼·사업축소까지

서울의 한 시내면세점 내부 모습. <사진=연합>
서울의 한 시내면세점 내부 모습. <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최홍기 기자] 면세점업계가 계속되는 악재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휘청이고 사업축소· 사업자간 법정다툼까지 불사하는 등 진흙탕이 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들은 중국이 사드 보복을 그만할 것이라는 ‘훈풍설’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예년만큼 다시 증가할지도 미지수인데다 매출 반영도 하반기 이후부터 되는 등 타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중국의 한국행 여행상품 제한에 따라 중국에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들은 매출이 최고 40%가량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훈풍설이 돌기 시작하던 5월에도 단체 중국인관광객은 제로에 가까웠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면세점들은 중동·일본 등 관광객 다변화에 방점을 두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들 관광객은 쇼핑보다는 관광에 목적을 둔 고객층이었던 만큼 매출로 연결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면세점들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롯데면세점만 하더라도 지난 19~20일에 개최한 패밀리 페스티벌에서 3년간 진행했던 외국인 전용 콘서트를 제외시키는 등 면세점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주기도 했다.

‘롯데그룹 창립 50주년 및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오픈’ 기념 의미를 더해 개최됐지만 3년간 진행했던 외국인 전용 콘서트를 진행하지 못해 색이 바란 것이다.

하나투어에서 운영하는 SM면세점은 이달 초 명품 시계등을 판매하던 지하 1층의 영업을 중단했다.

다른 면세점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킨다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지만 판매 부진 때문이 아니겠냐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여기에 비용 절감을 위해 지상 5층의 영업 중단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에는 인천국제공항의 제2여객터미널(T2) 면세점 3구역(DF3)이 4차례나 유찰되기도 했다.

처음보다 낮아졌다지만 500억원이 넘는 높은 임대료와 낮은 수익성때문이라는 평가속에서 면세점이 더 이상 ‘황금알’이 아니라는 평판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사업자간 법적 다툼도 불거졌다.

동화면세점 담보주식을 두고 호텔신라와 동화면세점 최대 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간 소송전이 벌어진 것이다.

호텔신라는 지난달 김기병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대금 청구소송을 낸 데 이어 김기병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관광개발 주식에 대한 채권 가압류를 신청했다.

김 회장과 합의점을 찾기 어렵고, 김 회장이 채무상환능력이 있다고 판단돼 채무 변제를 요구했다는 게 호텔신라의 설명이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지난 2013년 5월 동화면세점 지분 19.9%(600억원)에 호텔신라에 매각하면서 시작됐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6월 김 회장으로부터 투자금 회수를 위한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했다. 또 같은해 12월 지분 19.9%에 대한 처분금액 715억원에 가산금 10%를 포함한 788억원을 달라고 김 회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담보 명목의 동화면세점 지분 30.2%가 호텔신라에 넘어갔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동화면세점은 최대주주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을 상대로 한 호텔신라의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에 대해 계약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동화면세점은 30일 “김 회장이 주식매매계약과 질권설정계약에 따라 담보로 맡겨놓은 지분 30.2%를 호텔신라에 귀속시키겠다고 통보한 만큼 주식매매대금 반환 의무는 계약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식매매대금을 반환하라고 주장하는 행태는 대기업의 힘을 앞세운 전형적인 갑질 횡포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업계에 좋지 않은 이슈들이 산적하면서 분위기가 흉흉한 것은 많다”며 “분위기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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