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화장품 사용 경험 있어…식약처, 구체적 안 마련해 9월 시행 예정

<사진=KBS1 캡처>
<사진=KBS1 캡처>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9월부터 출시될 ‘어린이 화장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어린이 피부를 위해선 전용 화장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찬성 측과 화장을 안 해도 예쁠 나이에 벌써부터 화장을 해야만 하는 사회 풍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에는 만 3세 이하의 영유아용과 성인용이 유통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하는 어린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어린이들의 피부 보호를 위해서라도 안전 기준을 법으로 정할 방침이다.

지난 2014년 발표된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실태 및 구매 행동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 586명 중 약 76%가 ‘화장품을 사용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식약처는 어린이 화장품에 대해 아직 세부적인 기준을 정리하지 못했다. 현재 어린이 화장품에 로션, 크림, 오일 등이 포함시켰지만 색조나 염색 등에 대해선 포함 여부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어린이용 화장품에는 적색 2호, 적색 102호 등의 성분을 빼는 등 성인용 보다 원료사용이 까다로워진다.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들까지 색조화장품을 바르면서 한때 저질 화장품들이 어린이들을 집중 공략하기도 했다.

학교 문방구에서 팔던 값싸고 안전성분이 표시되지 않았던 불량 화장품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라지고 있지만 화장을 하는 초등생은 줄지 않고 있는 추세다.

TV 속에 나오는 어린이들이 화장한 것이 예뻐 보여 초등학교 3학년부터 립스틱을 3년간 발랐던 A양(16세)은 “입술이 보기 싫게 변색됐다”며 “지금은 립스틱을 바르지 않는데도 예전의 입술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여중생을 둔 학부모 B씨(여·44)는 “딸에게 립글로스까지만 허용하고 기타 색조화장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데 딸 친구들을 보면 초등 고학년부터 화장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만일 어린이용 화장품이 생긴다면 어린이들에게 화장을 더욱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색조화장품은 기초 화장품과 달리 첨가물을 많이 넣을 수밖에 없다”며 “피부 속으로 침투하는 경피독은 아직 성장이 덜 끝난 청소년과 성장기 어린이에게 안 좋기 때문에 되도록 성인의 기준에 맞춘 성인용 색조화장품을 쓰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독한 색조화장품을 한 번의 세안으로 끝내면 피부에 여전히 남게 되기 때문에 이중 세안을 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성인은 이중세안의 필요성을 절감해서 세안을 꼼꼼하게 하는 편인데 어린이나 청소년은 이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어린이들의 화장을 막을 수 없다면 어린이 피부에 맞춘 화장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어린이 화장품이 출시된다면 그 시장은 방대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린 시절부터 쓰던 브랜드를 성년이 돼서도 쓰는 충성고객이 될 확률도 높기 때문에 구미가 당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찬반 여론이 분분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난색을 표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어린이들에게 화장을 조장한다는 말이 많기 때문에 현재로선 어린이 화장품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도 “식약처에서 기준안이 나온 뒤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반면 어린이는 물론 영유아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제품도 발 빠르게 출시됐다.

세븐일레븐은 화장품 전문 제조업체 ‘비씨엘(BCL)’과 업무 제휴를 맺고 1020세대를 위한 색조 화장품 브랜드 ‘0720’를 지난 3월 론칭했다.

11번가도 1020 고객을 겨냥한 ‘설리세트’를 한정수량 선보였고, 이베이코리아는 유아·어린이 전용 브랜드 ‘소이베베’를 내고 어린이 전용 마스크팩을 출시했다.

저작권자 © 현대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