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고객 늘수록 적자 확대, 발급 중단에도 난감한 뒤처리

 
 

[현대경제신문 안소윤 기자] 카드사들이 수익을 갉아먹는 ‘적자 카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한 혜택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소위 ‘대박’인 줄 알았던 상품이 시간이 지날수록 적자를 확대시키는 구조로 변질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카드사들은 적자 카드에 대한 수습조치로 발급 중단에 나섰지만 허술한 상품 개발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일부 상품은 소송 분쟁에까지 휘말리는 등 뒤처리에 진땀을 빼고 있다.

2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NH농협카드는 제휴사인 SK플래닛의 제휴계약 해지 및 쿠폰서비스 제공 중단 통지에 따라 쿠폰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SK플래닛을 상대로 계약이행 가처분소송을 진행 중이다.

NH농협카드와 SK플래닛은 지난해 4월 신상품 출시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협력 상품으로 ‘NH올원 시럽카드(이하 시럽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이 카드는 NH농협카드가 카드결제액에 비례한 수수료를 SK플래닛에 제공하면 SK플래닛은 각종 할인쿠폰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카드발급수와 쿠폰사용이 늘어나면서 적자가 발생, 두 회사 모두 손실이 커지자 고객 혜택 유지 차원에서 해당 카드는 신규발급이 중단됐다. SK플래닛이 시럽카드로 인해 지금까지 입은 손해는 89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플래닛은 시럽카드의 해외이용서비스 부분 관련 비용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으며 최근에는 제휴 계약 자체의 해지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NH농협카드는 일방적 계약해지라며 SK플래닛에 가처분소송을 냈다.

NH농협카드 관계자는 “신용카드 부가서비스는 관련 법령에 따라 3년간 유지돼야 한다”며 “SK플래닛에서 쿠폰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현재 수준의 서비스가 계속 제공될 수 있도록 대체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이에 대해 금융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씨티카드와 롯데카드도 ‘알짜 카드’로 주목받았던 카드 상품의 발급을 중단해 고객들로부터 아쉬운 소리를 듣고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3월 점심식사 비용을 할인해줘 직장인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씨티클리어 카드’를 발급 중단했다.

씨티은행은 ‘씨티클리어 카드’ 단종에 대해 당사가 추진 중인 상품 군 간소화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등급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카드 포트폴리오를 체계적으로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카드는 포인트 적립의 최강자로 입소문을 탔던 ‘벡스카드’를 올해부터 단종했다. 벡스카드는 결제액이 클수록 포인트 적립률이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적립 한도가 없다는 점도 메리트였다.

롯데카드 역시 벡스카드 발급중단을 두고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들이 인기 많은 카드를 상품 포트폴리오 재설정을 이유로 단종 시키고 있지만 실상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극단의 조치였을 것”이라며 “카드의 단종 소식에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는 고객이 많지만 수익성 악화를 탈피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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