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항목 축소,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듯

<사진=KB손해보험>
<사진=KB손해보험>

[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실손의료보험 제도 변경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가계의 사적 보험료 부담을 낮추겠다는 새 정부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업계에서는 비급여 항목 축소 등이 우선 단행돼야 할 것이라 보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실손의료보험 조정 여부에 보험업계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의료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제시한 바 있다. 고가 검사비, 신약, 신의료기술 등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 진료항목을 대폭 축소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 실손보험료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정책본부공동본부장 역시 지난달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보건의료 정책토론회에서 “국민 80%가 민간보험에 가입해 있으며 한 가구당 한 달 평균 34만원을 사보험 부담으로 지출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급여 확대와 함께 민간보험료를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의 실손보험 제도 개편 움직임 관련 업계에서는 기존 실손보험의 손해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면서도 보험료 인하 압박에 따른 부담 증가를 경계하고 있다.

실손보험 뭐가 문제인가?

우리 국민 65%에 해당하는 3천200만 명이 가입해 있는 실손보험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대부분의 의료비(비급여)가 보장되기 때문에 효율성 또한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유병장수시대에 맞춰 실손보험 가입자 수 또한 늘어날 전망인데, 업계 내에서는 실손보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매년 20% 안팎으로 실손보험료가 상승해 왔고, 보험사가 부담해야 할 손해율 역시 123%까지 치솟은 상태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말해 보험 가입자는 보험 유지에 따른 부담이 매년 늘고 있고, 보험사 또한 상품 유지에 따른 적자규모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료가 인상되고 있는데도 손해율이 상승하는 원인으로는 일부 가입자의 과잉치료와 의료쇼핑 때문이란 지적이 있다.

보험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 수령 비율은 23.2%에 불과했다. 100명 중 23명 만이 실손보험료를 청구했음에도 이들의 과잉진료 때문에 손해율이 상승해 왔던 것이다.

실손보험료 인상과 관련해선 의료계의 문제점도 함께 거론된다.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한 규정이 의료기관마다 다르고 진료비 또한 작은 병의원일수록 알수 없는 구조다 보니, 보험사로서는 객관적 진료 정보와 의료비 산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보험개발원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료비 구성비율을 분석해 발표한 바 있는데, 대형 의료기관의 비급여 의료비 비중이 30.7%인데 비해 의원은 52.3%로 조사됐다. 의료기관 규모가 작을수록 비급여 의료비 비중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 실손보험에서 비급여 비중이 높은 상위 10대 질환의 비급여 비중에서도 규모가 작은 의원과 일반병원은 70%를 넘었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고액 치료일수록 병원들 편차가 크다"며 "합리적 진료비 산정을 위한 비급여 코드의 표준화와 치료비 공개 등이 있어야 할 것"이라 밝혔다.

실손의료보험 문제는 전 정부에서도 심각하게 고민했고 이에 조정이 이뤄지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개선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수치료 등 고액 진료를 특약으로 분리한 이른바 ‘착한’ 실손보험을 지난 4월 선보였으나, 기존에 비해 취약한 보장성과 자기 부담금 증가 등의 이유로 보험가입자들로부터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현 정부의 비급여 항목 축소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및 민간 실손보험료 인하 등과 관련해 업계 내에서는 자칫 정부와 보험사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볼 때 건강보험 부담 증가에 따른 추가 재원 마련 대책이 필요하고, 보험사로서도 과잉치료와 의료쇼핑 근절 없이 보험료만 인하될 경우 손해율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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