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새 대통령취임과 함께 우울했던 경제에도 온풍이 분다는 소식이 들린다. 서민들에게는 이보다 더 따스한 소식이 있으랴 싶다. 따져보면 우리경제에 암운이 드리운 지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이제는 절벽인가 싶어 아예 포기하고 있던 참에 경제 활성화조짐이라는 소식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수출전선에 활기가 돌고, 특정분야를 제외하고는 성적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작 경제활성화의 과실을 맛보아야할 서민에게는 아직 먼 소식이다.

경제가 정말 활성화되었다는, 소위 실감지수가 높아졌다는 사실이 입증되려면 동네골목시장이 북적될 정도여야 한다. 물가가 안정되고, 매상이 늘어나고, 시장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져야한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동향은 활성화 조짐과 함께 물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긴 그동안 공식적인 물가움직임은 오히려 하향추세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장사가 되지도 않는데 물건 값을 올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물건 쌓아놓고 개점휴업상태라고 울상 짓던 시절의 연속이었다.

불과 연초 만해도 경기전망을 헤아릴 수 없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도 일본도 처지가 비슷했다. 무엇보다 주요국들이 큰 선거를 치룰 터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미국, 프랑스 등이 그랬다.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소리만 컸다. 귀담아 들을 소리가 아니었기에 거의 반응이 없었다. 선거공약이겠거니 할 뿐이었다. 그네들이나 우리나 비슷했다. 당연히 그들의 경제공약이 우리와는 사정이 달랐다.

미국대통령 후보의 선거공약에 우리는 귀를 세워야 했다. 그의 당선 후 우리경제의 운명을 흔들어놓는 무게를 실감해야 했다. 우리는 수출을 해야 나라경제가 버텨나가기 때문이다. 당장 안보문제와 관련해서 중국으로부터 교역에 적잖은 방해를 받고 있는 처지였다. 이에 곁들여 미국 새 대통령의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위협 아닌 위협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북한의 핵위협에 더해 잇단 미사일실험은 한반도에 전운이 짙어간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의 활성화조짐을 보면서, 경제를 하나의 인격체로 상정해서 정의한 ‘매우 민감한 감정적인 체질’이라는 말에 수긍이 간다. 우리경제를 둘러싼 앞서의 열거한 상황으로 보면 ‘활성화국면’을 인도할 어떤 조건도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관련지수의 상향조짐은 과학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다행한 일이다.

더 이상 경제침체가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우리는 체감하고 있었다. 시급한 청년실업 해소와 나아가 조선분야로 대표되는 산업부문의 신속한 구조조정이 긴요한 시점이다. 길게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새 대통령과 정부출범은 어쩌면 운명과도 같다.

이에 즈음해서 자연스럽게 4년여 전, 박근혜 정부출범전후의 상황을 되돌아보게 됨은 어쩔 수 없다. 당시 우리경제는 걱정스럽지만, 새 정부에 거는 기대로 해서 크게 우려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그러나 과거 어느 정권 때보다 더 강력한 야당의 태클에 걸려 경제관련 입법이 저지되기 시작했다. 하긴 집권 초 대통령이 지명한 국무총리부터 낙마하면서 내각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졌으니까.

무엇보다 민생관련 입법이 거의 빛을 보지 못했다. 야당의 거부권이 엄청 강력하다는 것을 국민은 이때 절감했다. 게다가 대통령의 ‘불통’이라는 별명 아닌 별명이 낳은 사회적 현상은 연구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런 일들이 지나간 일이고 역사라지만, 국회독재시대가 그것으로 종식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크다. 입법독재의 재판은 안 된다. 모처럼 기지개켜는 경제에 우려의 그림자가 되어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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