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한국 등서 녹십자·SK케미칼과 경쟁할 듯

 
 

[현대경제신문 성현 기자] 녹십자와 SK케미칼이 주도하고 있는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 JW중외제약도 뛰어들었다.

JW중외제약은 최근 일본 쥬가이제약과 A형 혈우병치료제 '에미시주맙(emicizumab)'의 국내 판매를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쥬가이제약이 개발한 에미시주맙은 혈액응고 제8인자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A형 혈우병을 치료하는 유전자재조합 의약품이다.

정맥주사가 아니라 피하에 직접 주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치료제는 대부분 주 2~3회 정맥주사를 해야 했으나 ‘에미시주맙’은 주 1회 피하주사로 그 효과가 지속된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제형의 편의성 뿐 아니라 지속 효과까지 향상시켜 A형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쥬가이제약의 지분을 소유한 로슈는 지난해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3상을 완료했으며 현재 허가 심사를 앞두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에머시주맙의 미국 허가 이후 국내에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한성권 JW중외제약 대표는 “평생 동안 치료제를 정기적으로 투여 받아야 하는 A형 혈우병 환자들에게 치료제의 선택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에미시주맙의 허가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한국의 A형 혈우병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JW중외제약이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녹십자와 SK케미칼 위주인 이 분야에 변화도 예상된다.

녹십자는 3세대 유전자재조합 A형 혈우병치료제인 지난 2010년 그린진에프를 개발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3세대 유전자재조합 A형 혈우병치료제다.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란 제조 공정과 최종 제품 모두에 알부민과 혈장단백이 포함되지 않은 의약품을 말한다.

녹십자는 개발 직후 미국 바이오의약품 공급전문기업인 ASD 헬스케어와 총 4억8천만달러(약 5천400억원) 규모의 수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이듬해인 2011년에는 우크라이나에서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5천400억원 규모의 완제의약품 수출은 당시 국내 제약업계 역사상 최대 금액이었다.

현재는 중국 시장에서 출시를 준비 중이다. 녹십자는 약 20년 동안 중국에서 혈액제제 사업을 해오며 쌓아온 현지 네트워크가 있으며 녹십자의 A형 혈우병 치료제 점유율은 35.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녹십자는 또 미국 시장 재진입 채비도 하고 있다. 약효 지속기간을 크게 늘린 차세대 장기지속형 혈우병 치료제로 미국 시장 문을 다시 두드린다는 계획이다.

기존 약물보다 약 1.5~1.7배 약효 지속기간을 늘린 혈우병 치료제가 미국 시장에 출시되고 있지만 녹십자는 이들 제품보다 최대 2배(기존약물 대비 3배) 지속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SK케미칼은 이미 미국과 유럽, 캐나다, 호주 시장에 진출했다.

SK케미칼은 A형 혈우병 치료제인 앱스틸라를 개발해 지난 2009년 다국적제약사인 CSL사에 기술을 수출했다.

기존 혈우병 치료제가 두 개의 단백질이 결합된 형태인 것과 달리 앱스틸라는 두 단백질을 하나로 완전히 결합한 ‘단일 사슬형 분자구조’로 돼 있다.

이에 따라 분자 안정성이 개선돼 효능과 약효 지속 시간이 높아졌으며 앱스틸라는 주 2회만으로도 지속적인 출혈 관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5월과 12월 각각 미국과 캐나다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올해 초와 지난달에는 유럽과 호주에서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현재 스위스와 일본 등에서 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백신·혈액제 등 바이오 사업에 대한 오랜 투자를 통해 일궈낸 성과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증받고 있다”며 “국내를 넘어 세계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리서치업체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전세계 A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8조2천억원에 달하며 2020년에는 9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약 9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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