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발생 한 달 반 지나 “과실 접수하라” 통보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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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김영 기자] KB손해보험 직원이 자사 고객의 100% 과실 사건과 관련, 제대로 된 사고 경위 확인도 없이 상대 운전자에게 과실 책임을 떠넘기다 사고 발생 후 2개월이 지나서야 대물 보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본지에 제보된 내용에 따르면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2월 15일 출근 중 황당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집 앞 사거리에서 직진 신호를 받고 주행 하던 중 갑자기 우측에서 튀어나온 차량과 부딪쳐 2차선에서 1차선까지 밀려나는 접촉사고였다. 사고를 낸 차량은 적색신호와 횡단보도 신호 모두를 무시하고 무리한 꼬리물기 운전을 하다 김씨 차량을 들이받았다.

그나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은 김씨는 상대방 운전자의 사과도 있고 상대가 100% 과실을 인정해 본인 보험사에는 사고 접수를 하지 않고 그대로 사고처리를 마무리 지었는데, 그로부터 1달 반 가량이 지난 4월 말 당혹스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사고 운전자가 가입했던 KB손보의 대물 담당 직원이 전화를 걸어 “당신에게도 과실이 있으니, 대물 보험 철회하신 거 다시 연락해서 접수 해달라”고 말한 것이다.

김씨는 “사건 종결된 거 아닌가. 사고 난지 한 달 보름 만에 연락해서 내 과실이 있다는 게 말이 되냐”고 물었고 “신호위반하고 들어온 건 아니다. 영상은 확인했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KB손보 직원은 “우리 차량은 횡단보도 신호를 위반했으나 사고가 안 났으니 그건 접촉사고와 상관없는 일이다. 단순 우회전 중 난 사고로 당신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씨가 “그런 소리가 어디 있나. 그럼 나도 경찰서 신고하고 처음부터 다시 가겠다”고 말했고, 보험사 직원이 “신고하고 싶으면 해라. 그리고 보험사 접수 직접 못하겠다면 내가 연락 해보겠다”고 말한 뒤 전화통화가 끝났다.

전화통화 다음날 김씨는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본인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그에게 전달했다.

이후 다시 연락이 온 김씨 보험사 측 직원은 “상대에서 과실 모두 인정했고, 상대 보험사 직원이 죄송하다고 전해달라고 했다”며 “상대 차주가 거짓말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로서는 원래대로 상대가 100% 과실을 인정해 사건이 종결됐음에도 내심 찝찝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사고 후 두 달여가 다 지난 시점에 와서 갑작스레 과실을 인정하라며 보험 접수를 지시하듯 통보한 것은 물론, 만약 본인의 블랙박스 영상이 없었거나 지웠더라면 그대로 덤터기를 써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에 대해 “가만히 있었더라면 호구 잡힐 뻔 했다”며 “상대방 운전자의 말 바꾸기도 어이없지만, 그쪽 보험사 직원의 막무가내 일처리에 더 화가 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자사 손해율 관리 때문인지 몰라도 사고 발생 후 대인 보상까지 끝난 상황에서 대물 사고 처리를 했다는 것도 웃기고 상대방 과실을 주장하면서 사고 경위조차 제대로 확인 안 해봤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B손보 측은 “사고 처리에 있어 보험사간 의견조율에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 같은 내용이 고객에게는 바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제보자 주장대로 1개월 반 동안 아무 연락이 없다가 정확한 사고 경위 파악 없이 보험 접수를 말했다면 이는 담당 손해사정사의 잘못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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