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민 건강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현대경제신문 유성현 기자] '기적의 항암제'라 불리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 과징금 처분을 받으면서 이 약을 사용하던 국내 3천여명의 백혈병 환자들이 안도 할 수 있게 됐다.

당초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한국노바티스에 ‘건강보험 급여정지’와 ‘과징금’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었다.

과징금은 말 그대로 벌금으로 끝나지만 건강보험 급여정지는 ‘품목 삭제’와 ‘퇴출’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약의 건강보험 급여가 정지되면 환자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약값 전액을 부담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를 의식한 듯 복지부는 한국노바티스에 대한 사전처분 내용을 공개하며 글리벡을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28일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노바티스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9개 품목(엑셀론 캡슐·패취, 조메타주)의 보험급여를 6개월간 정지하고, 글리벡을 포함한 나머지 33개 품목에 총 55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사전처분을 내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불법 리베이트에 엄정 대응한다는 원칙 아래에서 국민 건강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며 “관련 학회 등 의료임상 전문가와 환자단체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대체약제의 생산, 유통가능성 등 확인을 거쳐 처분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글리벡의 경우 환자가 수년간 장기 복용해야 하는 항암제여서 도중에 변경하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전문가 의견을 받아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처분을 받을 지를 놓고 관심이 쏠렸던 글리벡은 과징금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환자들은 계속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총 과징금은 551억원으로 전체 급여비용 총액(처방금액)의 30% 상당이다.

복지부는 급여정지 대상약품에 대해 의약품안심서비스(DUR 시스템)를 활용해 처분에 대한 사전예고 및 요양기관의 철저한 사전 준비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대체약의 추가 생산, 유통과 요양기관 내 입찰, 구매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처분 유예기간(최대 3개월 이내)을 두는 방안을 검토, 환자 치료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보다 실효적인 제재를 위해 과징금 상한을 급여비용의 총액의 40%에서 최대 60%까지 인상하는 방안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번 처분이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자는 취지와는 상반돼 논란의 여지가 남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복지부가 제 할 일을 하지 않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법을 처음으로 적용하는 처벌에서 이렇게 예외를 적용하면 앞으로의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처분은 과징금 규모 자체가 크고 이것에 대해 업계 입장에서는 경종을 울릴 수 있을만한 메시지를 줬다고 생각을 한다”며 “불법 리베이트 근절과 관련해 이번 결과는 원칙대로 가지 않아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노바티스는 2011년 1월부터 5년간 의약품 판촉을 위해 의사 등에게 25억9천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해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검이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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