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 탓 없고 중국 탓만
기업 "미세먼지 관련 매출 급증"
시민, 안전 찾아 '각자도생'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바라본 롯데월드타워 주변이 안개와 미세먼지에 쌓여 있다.<사진=연합>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바라본 롯데월드타워 주변이 안개와 미세먼지에 쌓여 있다.<사진=연합>

[현대경제신문 민경미 기자] 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정부는 손을 놨고, 기업은 앞 다퉈 미세먼지 방지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시민들은 안전을 찾아 각자도생(各自圖生) 중이다.

환경부가 내놓은 미세먼지 관련 대책은 중국을 비롯한 ‘국외 영향’이 최대 86%라는 분석보고서를 냈을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염형철 환경운동연합회 사무총장은 21일 현대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중국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에 항의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미세먼지에 대해 연구해놓은 우리 정부 쪽의 자료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염형철 사무총장은 “정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 영향이 30~80%, 일본 영향이 10~20%, 환경시설이 거의 없는 북한까지 합치면 국외 영향이 100%를 넘는데 이게 가능한 수치냐”고 반문한 뒤, “미세먼지를 중국 탓으로 돌리지만 우리나라의 영향도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 미세먼지 방지 쪽에 투자해서 대기가 개설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우리나라 대기는 더욱 나빠진 것을 그 증거로 들었다.

염 사무총장은 “국내 대책이 미비하다”면서 “노후 경유 차량, 석탄화학발전소, 대중교통, 건설기계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동안 산업, 유통업계는 시민들의 불안한 마음을 겨냥해 미세먼지 관련 제품을 쏟아냈다.

미세먼지 방지 전자제품의 대명사인 공기청정기는 올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21일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공기청정기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월 첫째주 207%, 4월 둘째 주 254% 증가했다.

이마트는 2017년 1월 1일부터 4월 16일까지 기간 동안 공기청정기와 진공청소기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06.8%, 13% 신장했다고 밝혔다.

빨래건조기, 미세먼지를 거르는 기능이 포함된 진공청소기, 물걸레청소기 등도 소비자들이 미세먼지의 위험성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기 위해 찾는 제품들이다.

자동물걸레청소기기업 오토비스는 지난 18일 ‘굿바이 미세먼지 프로모션’을 진행한 이후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오토비스 관계자는 ”미세먼지는 최근 장미 대선을 앞 둔 후보들이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며 “물걸레청소기는 봄철이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았다. 앞으로도 물걸레청소기에 대한 수요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전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황사마스크와 손세정제 등의 제품군은 매출량이 전년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2017년 1월 1일부터 4월 20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황사마스크 98%, 손세정제 20%, 구강청결제가 35% 증가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미세먼지, 황사가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되면서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제품을 준비하는 시기가 빨라졌다”면서 “최근 계속된 미세먼지로 황사마스크, 각종 세정제 등 제품들의 판매량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화장품업계도 기존처럼 메이크업 클렌징 기능에 미세먼지를 부드럽게 제거해주는 기능을 더한 클렌징을 비롯한 안티폴루션 제품을 쏟아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CNP차앤박화장품이 지난해 4월 출시한 ‘안티폴루션비비크림 3종’은 최근 미세먼지가 심화됨에 따라 지난 2월 판매량이 전 달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했다.

LG생활건강의 클렌징 브랜드 '마케리마케'의 멀티 클렌징폼인 스트롱안티폴루션클렌징 폼도 2월 판매량이 전 달 대비 67% 가량 증가했고, LG생건의 클렌징 미용기기인 ‘튠에이지듀얼 스핀 스파’은 2월 판매량이 전달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이탈리아 천연화장품 ‘엘보라리오’를 수입하는 일나뚜랄레는 리스포스타 클렌저와 펌프킨 클렌저가 전년대비 40%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나뚜랄레 관계자는 “극심한 미세먼지로 인해 클렌징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면서 “코스모스 유기농 화장품 인증을 받은 천연화장품이기 때문에 자극이 적어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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